"그래서는 엑스트라(단역)밖에 안되는 거지. 주인공이 돼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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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김성근 감독(73)이 야심차게 시도한 '김회성 개발 프로젝트'가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듯 하다. 그간 김회성을 거쳐간 한국 프로야구의 내로라하는 지도자들, 한화의 전임 사령탑이었던 김인식 한대화 김응룡 감독과 마찬가지다. 자질을 매우 높이 평가해 열정적으로 붙잡아 지도했고, 파격적인 기회까지 줬다. 그러나 정작 김회성은 실전에서 효용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김 감독은 "그렇게 해서는 주역이 될 수 없다. 엑스트라밖에 안된다"고 강성 발언을 했다. 김회성의 각성을 촉구하는 동시에 남은 기회가 이제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는 발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급기야 김회성은 지난 9일 잠실 두산전 이후 컨디션 난조로 선발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20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 선발 1루수로 나왔다가 한 타석 만에 대타로 교체되는 굴욕을 당했다. 3회초였는데, 팀이 빅이닝을 만들어내며 추격하는 상황에서 대타 김태균으로 바뀌었다. 벤치가 김회성의 득점권 상황에서 클러치 능력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은 이미 어느 정도는 예견됐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전날 SK전 5대7 패배를 복귀하며 가장 아쉬운 장면으로 9회초 공격을 언급했다. 8회까지 3-7로 뒤지던 한화는 9회초 1사 후 최진행의 좌전안타, 김경언의 우전 2루타로 1사 2, 3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꺼내든 대타 김태균 카드가 적중했다. 김태균은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김 감독은 이후 또 한 번의 대타 카드를 꺼낸다. 그게 김회성이었다. 홈런 한 방이면 동점이 가능했던 상황. 김 감독은 "경기 전에 보니 김회성의 타격감이 상당히 좋았다. 그래서 김태균이 2타점 안타를 쳤을 때부터 오직 김회성의 한방만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애제자가 위기 상황에 등장해 극적인 홈런을 쳐주는 그림을 떠올렸던 것. 만약 김 감독의 구상대로 김회성이 동점 2점포를 날렸으면 흐름은 완전히 한화쪽으로 기울 수 있었다.
하지만 김회성은 허무하게 5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볼카운트가 2B1S로 유리한 상황에서 SK 투수 윤길현의 슬라이더 스트라이크를 서서 지켜본 뒤 직구(시속 142㎞)에 헛스윙을 했다.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결국 김 감독은 이 장면에 크게 실망한 것이다. 김 감독은 "무대를 다 만들어줬는데, 거기서 그냥 나오더라. 주인공은 그런 장면에서 해내는 인물이다. 그걸 못하니까 엑스트라가 아닌가 싶다"며 아쉬워했다. 김 감독의 아쉬움이 깊어질수록 김회성의 기회도 점점 사라진다. 이 남은 기회마저 잡지 못하면 김회성은 결국 '미완의 대기'로 커리어를 마감하는 수 밖에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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