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의 프리미어12 딜레마. 모든게 불확정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5-05-21 09:40


KBO가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주최의 프리미어12에 참가한다. 대한야구연맹(KBA)가 아닌 KBO가 참가 주체다. 즉 프로선수들로만 구성해서 출전한다.

오는 11월 8일 한국과 일본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12개 팀이 2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펼치고 상위 4개팀씩이 8강 토너먼트에 올라 우승팀을 가린다.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되면서 예전에 시행되는 국제대회가 없어진 상황에서 WBSC가 올림픽 재진입을 목표로 야심차게 시작하는 대회다.

한국은 참가만 확정돼 있을 뿐 다른 것은 정해지지 않았다. 9월 10일에 45명의 1차 엔트리를 정하고 10월 10일에 28명의 최종 엔트리를 뽑는다는 원칙만 세워져 있다. 누가 감독을 맡고 어떤 선수들로 뽑을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일단 감독 선임이 문제다. 야구규약의 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3조 1항엔 '감독은 현역 감독으로서 전년도 우승팀 감독, 준우승팀 감독순으로 총재가 선임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을 따르면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류 감독은 이미 지난 2013 WBC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때 국가대표 감독을 했었다. 프리미어12 대표팀 감독까지 맡는 것은 삼성 구단에서부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예전엔 미리 정해진 일정 때문에 우승을 하게 되면 대표팀 감독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국제대회를 준비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엔 시즌 중에 갑자기 대회가 생겼다. 어느 현역 감독이든 갑자기 대표팀 감독으로서 팀 구성을 생각할 시간-정신적인 여력이 없다.

대표팀을 어느정도 수준으로 구성할지도 문제다. 물론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이미 개최국인 일본과 대만은 A급 대표팀을 꾸려서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도쿄올림픽에 야구 정식종목 채택을 노리는 일본으로선 이번 대회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한국도 프리미어12의 흥행을 위해 A급 대표팀을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일본과 대만만 A급이 나서고 나머지 팀들은 메이저리거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예전 야구월드컵과 별반 다르지 않은 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다. 11월초면 프로야구가 한국시리즈까지 막 끝냈을 때다. 준플레이오프 탈락팀 정도는 선수들에게 어느정도 휴식의 시간이 있지만 플레이오프 이상 참가한 팀의 선수들은 피로도가 상당하다. 국가대표에 뽑혀도 기대한만큼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특별한 동기부여도 없다. 2013 WBC에서 한국이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것이 동기부여가 없었던 것이 컸다는 평가가 많았다. 2006년엔 4강 진출에 병역혜택을 받았고, 2009년엔 병역혜택에 대한 기대를 품고 출전해 준우승까지 이뤄냈지만 2013년엔 병역혜택이 전혀 없음을 알고 출전했던 것. 지난해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에게 병역혜택이란 동기부여가 있었고 몇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대회 상금으로 동기부여를 시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미 한국 프로야구는 연봉이 많이 올랐다. FA가 되면 엄청나게 큰 돈을 만진다. 국제대회보다 국내리그가 더 중요해졌다. 아무리 대회 상금이 많다고 해도 선수 개인이 받는 액수는 연봉에 비하면 많지 않다. 굳이 나가서 자칫 부상을 당하면 큰일이다.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먹는 국제대회에 나가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에 뽑히면 부상외의 이유로는 빠질 수 없다고 해도 아프다고 진단서를 제출하면 그만이다.

프리미어12가 생겨 WBC, 아시안게임과 함께 3개의 국제대회가 치러지게 됐다. 여기에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야구가 정식종목이 된다면 매년 국제대회가 한차례씩 열리게 된다. 야구팬들은 좋지만 선수들로서는 무리로 인한 부상의 위험이 따른다. 현재까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엔 병역혜택이 따르고 WBC엔 메이저리거들과 함께 경쟁을 한다는 의미라도 있지만 프리미어12는 아직 대회의 위상이 불분명하다. KBO로선 감독 선임부터 큰 벽을 만났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20일 오전 10시 The-K 호텔에서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가 주최하는 '2015 프리미어12' 대회 기자회견이 열렸다.

WBSC 리카르도 프라카리 회장과 KBO 김인식 위워장이 참석하는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오는 11월8일부터 21일까지 대만과 일본에서 열리는 '2015 프리미어12'의 조편성과 개막전 대진을 발표한다.

'2015 프리미어12'는 WBSC 세계 랭킹 상위 12개국이 참가하는 국가대항전. 올해 첫 대회를 시작으로 4년마다 개최된다. WBSC에서는 21세 이하 참가로 제한된 야구월드컵을 대체하는 새로운 대회로 메이저리그가 주최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대항마로 준비 중이다.

기자회견에서 WBSC 리카르도 프라카리 회장과 KBO 김인식 위원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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