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장성우-에이스 박세웅, 그래서 kt 손해?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5-02 22:47 | 최종수정 2015-05-03 06:47


10일 부산사직구장에서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주말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롯데가 한화에 연장 승부 끝에 11회 10대9로 재역전승을 거뒀다. 11회말 2사 2루에서 끝내기 투런 홈런을 날린 장성우가 환호하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4.10

과연 박세웅이라는 투수를 우리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또, 장성우를 단순 백업 포수로 바라봐야 할까.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의 초대형 트레이드가 야구판을 뜨겁게 달궜다. 양팀은 2일 프로야구 경기 종료 후 5대4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롯데가 전도유망한 포수 장성우를 포함해 불펜투수 최대성, 야수 유망주 하준호, 이창진, 윤여운을 kt로 보냈다. kt는 반대급부로 토종 에이스 박세웅과 불펜 필승조 이성민을 포함해 포수 안중열, 투수 조현우롤 내줬다.

다른 선수들도 중요하지만 결국 핵심은 장성우와 박세웅이다. 두 사람이 이번 트레이드의 축이다. 두 사람을 맞바꾸는 시나리오로 시작해 이해 관계를 조율하며 판이 커진 것인데, 롯데가 야수를 조금 더 내주는 대신 최대성보다 어린 이성민을 받는 조건 정도로 정리를 하면 되겠다.


kt와 삼성의 2015 KBO리그 주중 3연전 두번째 경기가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선발투수 박세웅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4.01/
하여튼 장성우와 박세웅을 바꾼 것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kt쪽이 손해라는 의견이 지금 당장은 조금 우세한 것 같다. 단순한 논리다. 백업 포수를 데려오기 위해 토종 에이스를 내주느냐는 것이다. 장성우가 kt의 10년을 책임질 포수라고 하면, 박세웅은 kt의 15년을 책임질 수 있는 투수라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달리 해보자. 먼저 장성우다. 장성우가 롯데가 아닌 다른 팀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강민호의 백업 역할에 그치고 있었을까. 웬만한 팀이라면 장성우가 주전으로 뛰고 있었을 것이다. 장타력을 보유하고 리드에 있어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는 포수. 여기에 군 문제까지 해결했다. 백업 타이틀만 아니면 정말 귀하신 몸이 될 수 있는 선수다. 박세웅도 이제 막 프로 생활을 시작한 유망주라지만 장성우도 이제 25세다. 이름이 알려져서 그렇지, 이 트레이드를 유망주와 소위 말하는 '노망주'의 트레이드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그 다음 박세웅이다. 만약 박세웅이 kt가 아닌 경북고 연고팀이었던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면 지금 토종 에이스 대접을 받을 수 있었을까. 2군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kt이기에 보물과 같은 존재가 됐다는 뜻이다. 절대 박세웅을 무시하는 의도가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kt에 있기에 "이 선수를 이렇게 보내도 되느냐"라는 의견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박세웅이 삼성에 있는데 롯데가 박세웅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장성우와 트레이드 했다면, 지금 여론은 어떻게 조성됐을까.

그렇게 양쪽 입장을 놓고 보면 어느 한쪽이 확실히 이득이고, 손해고 논할 필요가 없는 문제다. 서로 간절히 필요한 것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경우다. 롯데는 당장 마운드 정비가 시급했다. kt는 신생팀으로 멀리 내다볼 때 포수 1명의 가치가 컸다. 진갑용(삼성) 박경완(은퇴)과 같은 포수 존재 1명이 팀을 어떻게 바꾸는지 명포수 조련사 조범현 감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홍성무와 주 권이라는 또 다른 유망주 투수 2명이 복귀 준비를 마쳤다는 것도 이번 트레이드에 중요 고려 사항이었다.

박세웅이 포함됐다고 해서 kt만 유망주를 내준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넓게 보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롯데 이종운 감독은 장성우도 장성우지만 하준호와 이창진을 떠나보내는데 큰 아쉬움을 표현했다. 막판까지 2명을 다 줄 수 없다라는게 롯데의 입장이었지만, kt의 두 선수 영입 의지도 굳건해 결국 OK 사인을 했다. 롯데 야수 유망주 1, 2순위 선수들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어찌됐든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됐다. 새로운 선수들이 잘 해줄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누구에게 더 이득이니, 손해니 이 상황에서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 트레이드로 한쪽만 살고, 한쪽만 죽는 것이 아닌 양쪽 구단 모두 잘될 수도 있는게 야구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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