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화 이글스는 반드시 성공해내야 할 프로젝트가 있다. 계획대로 성공하면 공격과 수비에서 최적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들어맞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 지는 2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나타났다. 3루수 김회성(30)-좌익수 송광민(32)의 기용법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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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 한화 김성근 감독(73)은 김회성과 송광민은 동시에 선발 명단에 냈다. 김회성은 6번 3루수였고, 송광민은 8번 좌익수였다.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최적화 하기위한 선수 기용법이다. 지난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김 감독이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다. 주역은 송광민과 김회성. 애초에 포지션(3루수)이 겹치는 두 선수의 공격력을 동시에 활용하기 위해 김 감독은 송광민의 좌익수 전환을 구상했다. 그러면 김회성이 3루를 맡게 된다.
이러한 포지션 이동으로 한화가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매우 크다. 무엇보다 공격적인 측면에서 기대효과가 컸다. 송광민은 이미 검증된 타자다. 3할-100안타 이상-1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정확성과 힘이 있다. 게다가 김회성은 김 감독이 반할 만큼의 자질을 갖고 있다. 약간은 소심한 성격에다 그간 확실한 기회를 얻지 못해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기회만 주어진다면 리그를 대표할 만한 중장거리형 타자가 될 자질이 있다.
결국 송광민을 외야에 고정하고, 김회성에게 3루를 전적으로 맡겨 기회를 주면 한화는 동시에 두 명의 중장거리형 타자를 얻을 수 있다. 타순 배치에 따라 대단히 큰 파괴력을 낼 만한 선수들이다. 더불어 경기 후반 원활한 선수 기용도 가능하게 해준다. 스코어 상황에 따라 김회성 타석에 대타를 쓰거나 대주자를 쓸 수 있다. 그럼 송광민이 다시 3루로 오고, 그 자리에 외야 요원을 넣으면 된다. 송광민을 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김회성은 그대로 3루에 남고, 외야 요원만 투입하면 된다. 여러모로 벤치의 선수 기용법에는 여유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김 감독은 이런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이런 '희망 프로젝트'에는 결정적인 두 가지 함정이 있다. 하나는 수비력의 저하다. 김회성의 3루 수비는 대단히 정교하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송광민의 외야 수비는 평균 이하다. 두 선수의 공격력이 살아난다고 해도 이 허점은 두고두고 한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한화가 올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비결은 폭발적인 공격력이 아니라 안정된 수비와 팀 플레이였다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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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비의 불안감이 극명하게 나타난 장면이 있다. 바로 29일 KIA전 4회말 대량실점이다. 3회까지 볼넷만 1개 허용하며 노히트노런으로 호투하던 탈보트는 4회에 갑자기 무너졌다. 6안타를 얻어맞으며 5실점하고 강판됐다.
이같은 참사의 이면에는 불완전한 수비의 문제가 숨어있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4회말 1사 1, 2루에서 나온 최희섭의 타구를 송광민이 잡지 못한 게 결정적으로 보인다. 최희섭이 찍어서 밀어친 타구는 왼쪽으로 급격히 휘어지며 외야로 날아갔다. 그리고 원바운드로 좌측 펜스에 맞아 2루타가 됐다. 그런데 좌익수 송광민이 낙구 지점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결국 공을 잡지 못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2루타로 기록됐지만, 송광민의 실책성 플레이였다.
하지만 이에 앞서 매우 아쉬운 수비 장면이 있었다. 무사 1, 3루에서 4번 나지완이 친 평범한 땅볼 타구를 잡은 3루수 김회성의 선택이다. 타구를 잡은 김회성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홈으로 공을 던져 3루주자 최용규를 잡아낸다. 실점을 막기 위한 선택. 그러나 세련된 플레이라고 할 순 없다.
복기해보자. 스코어는 3-0으로 한화의 리드. 그리고 이닝은 이제 겨우 4회다. 상황은 무사 1, 3루에 KIA는 계속 중심타자들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수비의 정석은 무엇일까. 이날 경기 후 몇몇 선수들에게 '정석'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같았다. 이닝과 경기 흐름을 감안하면 "1실점을 감수하고라도 병살플레이를 시도한다"가 공통된 답변이다. 1루 주자 필의 주루 위치, 타자 주자 나지완의 느린 발을 감안하면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플레이의 성공확률은 대단히 높았다. 그럼 1점을 내주더라도 2아웃에 주자가 없어진다. 투수 입장에서는 한결 상대하기 수월하다. 하지만 1점을 막으려던 김회성의 홈송구는 결국 주자를 늘려놨고, 5실점의 단초가 되고 말았다. 4회의 대참사는 송광민 뿐만 아니라 김회성에게도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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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에 나타난 문제점. 바로 한화가 안고 가야할, 그리고 반드시 풀어내야 할 딜레마다. 송광민과 김회성은 분명 좋은 타자들이다. 두 명 모두 쓰면 공격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자명하다. 실제로 송광민은 1군 복귀전이었던 이날 3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김회성도 5회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솔로홈런을 날렸다.
그러나 이들은 수비에서 안정적이지 못했다. '3안타'와 '1홈런'이 커버하지 못할 데미지를 남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장면이 앞으로도 또 나올 수 있다는 데 있다.
송광민이 비록 입단 초기에 경험이 있다고는 해도 이후에는 쭉 내야수로만 뛰었다. 타고난 수비 센스로 어느 정도 까지의 플레이는 비슷하게 따라할 순 있지만, 결정적인 포인트에서는 전문 외야수에 비해 수비력 차이가 난다. KIA전 4회 1사 1, 2루에 나온 최희섭의 슬라이스성 2루타 타구 수비가 바로 대표적인 장면이다. 이 타구를 잡지 못한 것을 두고 송광민만 탓할 순 없다. 빠르게 왼쪽으로 휘었고, 스피드도 살아있던 까다로운 타구였다. A급 외야수들이나 처리 가능하다.
김회성의 3루 수비도 썩 안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간 송광민에게 주전경쟁에서 밀리다보니 1군 출전기회가 많지 않았다. 순간적인 상황 판단에서 다소 느리거나 의외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런 문제는 계속 경기에 나서면서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 김회성은 꾸준히 기회를 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기량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 기회를 주는 동안 팀이 데미지를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결국 송광민과 김회성을 어떤 식으로 기용하느냐는 김성근 감독이 올해 내내 고민하고 풀어내야 할 숙제로 보인다. 김 감독은 29일 경기에서 4대9로 역전패한 뒤 이렇게 말했다. "(선발)오더를 잘못 짰다." 김 감독 역시 송광민과 김회성을 기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과연 '야신'은 이 어려운 문제에 관한 최적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