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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몸에 맞는게 낫다라는 생각으로 던지고 있어요."
하지만 강속구 투수들의 가장 큰 문제, 제구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공이 아무리 빨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니 1군 무대에서 버틸 수 없었다. 그렇게 딜레마가 이어졌다. 직구 구위를 보면 계속 쓰고싶어지는데, 마운드에만 올리면 한숨이 나온다. 그렇게 계속 자신의 존재감은 어필했다. 그래서 야구팬들이 장효훈, 장시환의 이름은 다 안다. 그런데 이 정도급의 투수가 프로 8년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22일 SK전 승리는 kt의 홈 첫 승리라 감격적이었지만, 장시환 개인에게도 영광의 승리였다. 입단 9년차로 개인 첫 승을 따냈기 때문. 장시환은 "마지막 삼진을 잡는 순간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멍했다"라고 했다.
지난 8년동안 해결하지 못한 제구 불안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했다. 장시환은 "일단 폼에 신경쓰지 않는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려 폼에 신경쓰다 오히려 밸런스가 흐트러졌는데, 지금은 던지고 싶으대로 던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건 멘탈. 장시환은 "감독님, 코치님께서 볼을 두려워하지 말고 정면승부를 하라고 계속 말씀해주신다. 맞아도 괜찮다는 말에 힘이 났다. 경기에도 꾸준히 나가다보니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비결을 공개했다. 장시환은 "몸쪽 승부를 할 때 '아예 타자들을 맞히자'라는 생각으로 공을 던진다"라고 했다. 투수들에게 몸쪽 승부는 피할 수 없는 숙명. 하지만 몸쪽 공을 너무 붙이다 보면 사구가 나올 수 있고, 이를 두려워하다 가운데로 공이 몰리면 장타를 허용한다. 강속구 투수들은 특히 그 걱정을 많이 한다. 장시환도 그동안 이를 신경쓰다 몰리는 공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단순히 '맞혀서 걸어나가게 해도 좋다. 내 공을 던지자'라는 마인드 컨트롤을 마운드 위에서 계속하고 있다. 그렇게 자신있는 몸쪽 승부가 되자 경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장시환을 상대할 타자들이 기분 나쁠 수 있을 발언이다. 투수는 모를 타자들의 고통이다. 공에 잘못 맞으면 선수 인생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절대 상대 타자들에 해를 끼치자는 마음이 아니다. 단순 마인드 컨트롤용 생각일 뿐이니 오해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