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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수가 국내 무대에 적응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스트라이크존이다.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또 국내 야구에서도 심판별로 조금씩 다르다.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우완 루카스 하렐(등록명 루카스·30)이 5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스트라이크존에 평정심을 잃고 무너졌다.
루카스의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직구 구속은 140㎞중반을 찍었다. 로케이션도 스트라이크존 구석으로 잘 이뤄졌다. 변화구(커브, 체인지업)의 각도 예리했다. 삼성 타자들이 공략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루카스는 4회 삼성 타자들과 상대한 것이 아니라 구심(문승훈씨)과 싸우다 무너졌다.
루카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구위 보다 정교한 제구력으로 땅볼 타구를 유도해 맞춰잡는 스타일의 투수였다. 그러다보니 스트라이크존의 구석에 던지려고 애를 썼다. 타자에게 안 맞으려고 했다.
그런데 루카스는 4회 제구가 흔들렸다. 선두 타자 박석민에게 볼넷, 그리고 최형우를 유격수 뜬공을 처리했다. 하지만 이승엽과 구자욱을 다시 볼넷으로 내보냈다. 삼성의 영리한 타자들은 루카스가 흔들리자 섣불리 방망이를 내지 않았다. 구자욱의 경우 칠 의사가 없다는 듯 타석에서 빠지는 듯한 제스처까지 취했다. 루카스는 그 상황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고 오히려 구자욱의 행동을 원망하는 듯한 체스처를 취했다.
또 루카스는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공이 볼로 선언되자 손으로 좌우로 빠진 거냐고 묻는 동작을 취했다. 하지만 문승훈 구심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루카스는 시간이 흘러도 평정심을 찾지 못했다. 진갑용에게 외야 희생 플라이로 1실점, 김상수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삼성 주자들은 도루까지 성공했다. 양상문 감독은 루카스가 나바로까지 볼넷으로 내보내자 가망이 없다고 판단, 내리면서 구원 투수 윤지웅을 올렸다. 루카스의 투구수는 98개였다.
루카스는 지난달 31일 잠실 롯데전에서 국내 무대 첫 등판을 했었다. 그 경기에서도 4⅔이닝 3안타 4볼넷 7탈삼진으로 4실점(4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당시 투구수가 87개였다. 두 경기 연속으로 5이닝 이상을 책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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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시즌엔 NC 다이노스 선발 찰리가 심판 스트라이크존에 강하게 항의하다 퇴장을 당한 적도 있었다. 루카스는 찰리 처럼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무너져 팀을 위기에 빠트렸다.
투수가 구심과 신경전을 벌려서 도움이 될 게 전혀 없다.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은 심판의 고유 권한이다. 지난해부터 비디오 판독을 이용한 합의 판정 제도가 생겼지만 스트라이크 볼 판정은 해당사항이 아니다. 루카스가 국내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을 받아들여야 한다. 적응하지 못하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양상문 감독이 루카스에게 어떤 처방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잠실=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