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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2015 시즌 개막전 승리. 과정은 일단 제쳐두자. 어떻게든 이겼다. 이종운 신임 감독의 데뷔전, 그리고 모처럼 만에 팬들이 사직구장을 가득 채운 가운데 이겼으니 결과로는 100% 만족할 경기다. 여기에 롯데가 120% 만족해하며 흐뭇해 할 이유가 있다. 롯데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날 개막전 승리른 그야말로 완벽한 시나리오 속에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근래 몇년 간 팬심을 잃은 이유는 성적도 성적이겠지만 알게 모르게 사라진 투수 위주의 경기 양상 때문. 져도 화끈하게 질 때 소주 한 잔 하며 얘기꽃을 피울 부산팬들의 안줏거리가 사라진 셈이었다. 그러니 술 맛이 날 수 있을까.
개막전은 이런 팬들의 마음을 돌릴 충분하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14안타. 홈런 2방. 그리고 6점의 점수차를 단숨에 뒤집는 화끈한 공격력. 냉정히 경기 내용으로 보면 낙제점도 줄 수 있었다. 1군에 데뷔하는 신생팀에게 중반까지 끌려가는 경기 양상이었다. 하지만 일단 대역전승을 거뒀기에 면죄부는 확실히 마련할 수 있었다. '10점 줘도 된다. 우리는 11점 내고 이기자'라는 부산 특유의 야구 스타일에 딱 들어맞는 경기였다.
새로운 스타 '갓두치' '손아섭2'
롯데팬들이 그리워하던 또 하나가 있다. 바로, 화끈한 실력과 쇼맨십을 갖춘 외국인 타자의 존재였다. 그동안 롯데에서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뛰었는데 결국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두 사람은 바로 호세와 가르시아다. 위에 언급했듯이, 공격야구를 사랑하는 부산팬들에게는 장타를 뻥뻥 날려주던 이 두 사람은 최고의 매력남들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 두 사람의 추억을 잠시 묻어둬도 좋을 듯 하다. 새 외국인 타자 아두치가 개막전부터 놀라운 활약을 펼쳤기 때문. 5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 호쾌한 타격에 빠른 발로 역전의 일등 공신이 됐다. 호세, 가르시아와는 조금 다른 스타일이지만 잘치고, 잘잡고, 잘달리는 새 외국인 타자에 롯데 팬들이 벌써부터 푹 빠져있다.
최근 팬들은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 이름에 '갓(God)'을 부치며 신격화 한다. 시범경기부터 이어지는 아두치의 활약은 '갓두치'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여기에 팬들은 '손아섭 2명이 야구를 하는 기분'이라며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땅볼을 쳐도 1루까지 이를 악물고 전력질주하는 손아섭을 연상시키는 아두치의 주루 플레이 덕분. 실은 손아섭보다 더 빠르다. 5회 대역전의 시발점도 1루수 앞 땅볼을 치고 전력으로 달려 상대투수 어윈의 실책을 유발한 아두치의 발이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