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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상위 타순이 외국인 타자 짐 아두치로 인해 요동칠까.
실전 위주의 2차 스프링캠프를 일본 가고시마에 차린 롯데 자이언츠. 같은 가고시마에 캠프를 차린 kt 위즈, 일본프로야구 팀들과의 연습경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선수들을 깜짝 놀래킨 선수가 있다. 바로 외국인 타자 아두치다. 뛰어난 타격 실력, 화려한 수비 때문? 아니다. 빠르다고는 들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 때문이다.
조짐은 있었다. 미국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 청백전에서 한 경기 2안타를 기록했는데, 모두 내야안타였다. 그 때는 '그냥 빠른 선수' 정도로 동료들이 인식을 했단다.
그리고 일본으로 넘어와 20일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2군과의 경기에서 방점을 찍었다. 이날 경기 선두타자로 나와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쳤다. 다들 그냥 죽는줄 알았다. 그런데 아두치가 전력질주를 했다. 그런데 상상 밖으로 빠른 아두치의 질주에 요미우리 유격수가 당황한 나머지 매끄럽게 타구 처리를 하지 못했다. 내야안타. 타구가 야수 옆으로 흐르지도 않았고 느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롯데 구단에서 이 상황이 발생했을 때 덕아웃 모습을 화면에 담았는데, 동료들도 놀라 입이 쩍 벌어져있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구단 관계자는 "엄청 빠르다"라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아두치 본인은 이에 대해 무덤덤한 모습. 그는 "내가 100m를 몇 초에 뛰는지 그런 건 잘 모른다. 수치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내 스피드가 팀 승리에 도움이 되면 그만"이라고 쿨하게 말했다. 동료 손아섭은 "내가 12초대에 100m를 주파하는데 확실히 나보다는 빠르니 11초대는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보폭이 특히 워낙 넓다"라고 했다.
중요한 건 아두치의 이런 주력 때문에 이종운 감독의 머리가 아파질 것이라는 점. 당초, 이 감독은 외국인 타자인 아두치를 3번에 배치하고 타율이 높은 손아섭을 1번으로 전진 배치 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아두치가 주력에서 이렇게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손아섭의 해결 능력이 확실히 보장돼있는 상황에서 굳이 타순을 흔들 필요가 없다. 만약, 아두치가 달리기만 빠르지 도루 능력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다면 문제겠지만, 미국에서도 많은 도루를 기록한 선수다. 다만 지금은 연습경기 기간이기 때문에 도루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감독은 미국 캠프를 치르며 주전급 선수들의 타순을 거의 확정지었다. 롯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순서다. 이변은 없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퍼즐조각은 1번과 3번이다. 아두치가 롯데의 고질 중 하나이던 톱타자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줄 카드로 등장할 수 있을까. 일단 보이기에는 '손아섭 1번-아두치 3번', '아두치 1번-손아섭 3번' 모두 장점이 있고 매력이 있어 보인다. 남은 건 이 감독의 선택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