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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가 첫발 조성환 "아는 척 하지 않겠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2-16 06:05 | 최종수정 2015-02-16 06:08


14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가와 야구장에서 SK 와이번스의 훈련이 열렸다. KBS N 조성환 해설위원이 박계현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다. 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14.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하루종일 씩씩하게 훈련장을 찾아다니다가 숙소에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 불쑥 걱정이 고개를 든다고 했다. 그리고 날이 밝으면 다시 기운을 차려 훈련장을 찾아 나선다. 지난 시즌 중간에 은퇴를 선언한 조성환(39). 올해 해설가로 두 번째 야구인생의 첫 걸음을 뗐다. 이제 롯데 자이언츠 '캡틴 조성환'이 아닌 'KBS N 해설위원 조성환'이다.

KIA 타이거즈가 전지훈련중인 일본 오키나와 긴베이스볼스타디움, 그곳에 초보 야구 해설가 조성환이 있었다. 몇명 남지 않은 선배, 후배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훈련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코칭스태프의 말에 쫑긋 귀를 기울인다. 2003년 2월 미국 애리조나 롯데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후 전지훈련장에서는 꼭 13년 만에 조성환 해설위원과 얼굴을 마주했다. 그는 "유니폼이 없는 여행가방을 챙길 때 굉장히 어색했다"며 싱긋 웃었다.

"아는 척 하지 않겠다."

방송 해설가의 첫 번째 덕목을 꼽는다면, 유려한 말솜씨, 정확한 분석력, 깔끔한 전달능력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게 '신뢰'를 줄 수 있느냐이다. 얼렁뚱땅 순간을 모면하기에 바쁜 달변, 뻔한 상황설명만큼 지루한 게 없다. 이런 면에서 조 위원은 공감이 가는 해설이 가능할 것 같다. 지난해까지 선수로 뛰어 현장감이 쌩쌩하게 살아있다. 선수 시절의 조 해설위원만큼 한결같은 믿음을 심어준 이가 또 있을까.

조 위원은 "모르는 걸 아는 척 하지 않고 아는 것만 얘기하고 싶다. 모르면 솔직히 모른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긴베이스볼스타디움에서 조 위원을 반갑게 맞은 김기태 감독은 "못하는 게 있으면 당연히 꼬집어 달라. 하지만 보고 느낀대로 팩트를 담아 해설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사실과 거리가 있는 분석. 선수끼리는 너무나 잘 안다. 조 위원은 "김 감독님이 '코치들에게 많은 걸 맡겼으니 선수가 잘 하면 선수를 지도한 담당 코치를 칭찬해 달라'고 했다. 감독님의 이 말이 굉장히 마음에 와 닿았다"고 했다.


조 위원은 선수 은퇴와 함께 오랫동안 미뤄뒀던 공부를 시작했다. 얼마전에 부산의 한 대학 스포츠심리학 석사과정에 등록했다. 꼭 해보고 싶었던 공부를 은퇴와 함께 시작할 수 있게 됐다.


12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 킨쵸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KIA 타이거즈의 훈련이 열렸다. KBS N 스포츠 조성환 해설위원이 최희섭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12.
조 위원은 "상황에 따른 선수들의 심리, 미묘한 변화를 팬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KIA에는 인연이 깊은 선수가 많다. 롯데에서 함께 했던 김주찬(34)은 충암중-충암고 4년 후배다. 김주찬은 "내가 초등학교 때 성환이형이 충암고에 다니고 있었다. 새로운 길에 들어선 형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해설가와 선수로 만난 선후배. 어색하지 않을까. 김주찬은 "형이랑 만나면 다른 얘기는 안 한다. 워낙 오랫동안 봐 온 편한 형이라서 그런지 서로 농담하고 장난만 치고 만다"고 했다.

선배 최영필(41)과 인연도 특별했다. 원광대 1학년 때 대학야구 첫 홈런, 롯데 소속으로 프로 첫 홈런을 때렸을 때 상대 투수가 최영필이었다. 최희섭(36)도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 온 후배다.

KIA 에이스 양현종(27)이 힘들다고 농담을 섞어 엄살을 부리자 조성환은 "네가 던진 공을 네가 타석에서 때린다고 생각해봐라"고 했다.

"롯데 후배들과 만남이 설렌다."

선수 생활을 마감하면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었던 게 방송해설이다. 선수 은퇴를 결정하고 지도자가 아닌 해설위원, 대학원생이 된 건 현장에서 한 걸음 떨어져 야구를 바라보면서 공부하고 싶어서다.

오키나와는 해설위원이 되어 처음 와 봤다고 했다. 1999년 롯데에 입단해 자이언츠 선수로만 뛰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롯데가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한 기억이 없다.

해설위원이 되고 찾아 온 변화 중 하나가 메모 습관. 캠프 취재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면 선수별 훈련모습, 컨디션, 코칭스태프의 말 등 다양한 정보를 차곡차곡 정리해 적어둔다. 벌써 노트 한 권을 가득 채웠단다. 이 자료가 '해설위원 조성환'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11일 오키나와에 도착한 조 위원은 KIA,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캠프를 취재하고 규슈 가고시마로 이동한다. kt 위즈, 롯데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kt에는 중고등학교 1년 후배 장성호를 비롯해 롯데에서 함께 울고웃었던 신명철 김사율 박기혁 용덕한이 있다. 그래도 특별한 건 롯데가 될 수밖에 없다. 롯데 선수들을 보면 '내가 저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조 위원은 "롯데 후배들을 팀 선배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만난다고 생각하니 설렌다"고 했다. 롯데 주축 선수 대부분이 입단 때부터 성장을 지켜봐 온 '동생들'이다. 이런 친분이 해설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조 위원은 오히려 못 했을 때 마음 편하게 따끔한 지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아마 듣기 싫은 이야기를 해도 나를 잘 알기 때문에 이해를 하
11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 킨쵸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KIA 타이거즈의 훈련이 열렸다. KBS N 스포츠 조성환 해설위원이 KIA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10.
고 수긍을 할 것 같다"고 했다.

해설가는 이렇게 태어난다.

선수로 직접 뛴다는 것과 해설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선수시절 위상과 해설가 능력은 또 다르다.

조 위원은 KBS N과 계약한 후 착실하게 해설가 교육 과정을 밟았다. 방송사에서 5차례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했다. 한 번에 4시간씩 이어지는 강도높은 집중훈련이다.

"이기호 아나운서가 교육을 담당했는데, 방송을 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말을 고저장단에 맞게 힘있고 자신있게 해야 신뢰를 줄 수 있고,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방송사에서 정말 세심하게 신경을 써 준다."

물론, 중계화면을 틀어놓고 시뮬레이션 트레이닝도 했다. 상황에 맞게 타이밍을 잡고, 리듬을 타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조 위원은 "말을 이어가고 있는데, 화면이 바뀌면 뜬금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하고 싶은 말이 아무리 많아도, 가장 중요한 핵심을 뽑아내 전달해야하는 게 해설가의 역할인 것 같다"고 했다.

'해설가 롤모델을 꼽아달라'고 하자 조 위원은 "선배들마다 장점이 다 있는데, 하나하나 좋은 점을 갖다 쓰고 싶다"고 했다.

아직 해설가 데뷔 시기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많은 팬들이 '조성환 해설위원'을 기다리고 있다.

오키나와=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14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가와 야구장에서 SK 와이번스의 훈련이 열렸다.안경현 해설위원이 조성환 해설위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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