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5번조정? 시련일까, 또다른 행복일까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02-15 08:17


이대호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이대호(33)의 타순 조정 얘기가 일본 현지에서 슬슬 흘러나오고 있다. 이유는 몇 가지다. 첫 번째는 지난해 이대호는 타율 3할에 19홈런, 68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은 팀내 1위지만 4번 타자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소프트뱅크에는 좀더 젊고 파워도 있는 경쟁자가 있다는 점. 세 번째는 이대호가 '뛰는 야구'와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다는 것도 논쟁을 키우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해 붙박이 4번타자에서 올해는 5번으로 타순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도쿄 스포츠'는 지난 14일 소프트뱅크가 올시즌 득점력을 높이려면 이대호를 5번 타순에 배치해야 한다고 썼다. 도쿄 스포츠 평론가의 말을 빌어 "지난해 이대호의 타점(68개)은 4번 타자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2번과 4번, 8번을 제외하고 여러 타순을 경험한 외야수 야나기타 유키(27)를 4번에 배치하면 달라진다. 야나기타는 타율 3할1푼7리에 15홈런, 70타점을 올렸다. 홈런을 제외하고는 이대호에 앞선다"고 주장했다. 야나기타는 지난해 주로 5번을 소화했다.

야나기타 역시 올해 외야 담장이 낮아지고 좌중간과 우중간을 앞으로 당기는 소프트뱅크 홈 야후오크돔에서 더 많은 홈런을 때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모든 것은 구도 기미야스 감독에게 달렸다. 지난해 사령탑이었던 아키야마 감독은 이대호에 대한 신뢰가 컸다. 타순에 자주 손을 대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성적도 나쁘지 않았기에 이대호 역시 붙박이 4번을 늘 지킬 수 있었다. 4번 타자는 어느 야구에서나 존재감이 두드러지지만 일본야구에서 그의미가 더 크다. 일본야구에서 4번은 팀의 중심이다. 자존심이자 상징이다.

구도 신임감독은 새 사령탑이 늘 그렇듯 변화를 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후지이 타격코치 역시 "여러가지 변화를 감독이 구상하고 있다. 야나기타의 4번 기용도 그 속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최근 연습경기에서 야나기타는 이대호가 없는 팀 청백전에서 4번타자로 종종 나서기도 했다. 구도 감독은 "여러가지 시도의 일환"이라며 확대해석은 경계하고 있다.

도쿄스포츠 평론가인 도쿠쓰씨는 "현 시점에서 구도 감독도 4번타자는 이대호라는 생각이 클 것이다. 3번은 우치카와 세이치의 몫이다. 하지만 야나기타를 4번에 넣고 이대호와 마쓰다를 나란히 기용하면 좌우좌 타선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발야구'를 감안할 때 "이대호가 볼넷이나 안타로 출루해 야나기타가 장타를 날려도 이대호가 3루에서 멈춰서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득점력이 떨어진다. 반대의 경우라면 득점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제부터는 이대호의 몫이다. 4번을 내놓으면 아무래도 상실감이 있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늘 '이대호=4번타자'라는 등식이 따라다녔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4번다운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사령탑이 바뀌었을 때 예견됐던 무한 경쟁은 현실이 됐다. 사실 '5번 이대호'도 일장일단이 있다. 1,2번 테이블세터가 깔아놓은 '멍석'에 3번과 4번이 제대로 놀아 먹을 거리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3번과 4번도 이대호의 타점을 위한 비단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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