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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3주째. KIA 타이거즈 선수들은 4일 훈련이 잡혀있었지만 쉬었다. 이날 오전에 비가 쏟아져 훈련이 여의치 않았는데, 오후에는 날씨가 갰다고 한다. 오후에는 훈련이 가능했고, 다른 구장을 섭외할 수도 있었다. 더구나 5일에는 '3일 훈련-1일 휴식' 일정에 따라 훈련이 잡혀있지 않았다.
이런 경우 전체 일정을 조정할 때가 많다. 휴식이 아닌 훈련에 포커스를 맞추게 된다. 4일에 훈련을 못했다면 휴식일인 5일에 훈련을 하는 식이다. 그런데 김기태 KIA 감독은 5일에도 휴식을 결정했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이틀 연속 휴식. 좀처럼 보기 드문 일정이다.
KIA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이 훈련보다 휴식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조금 있으면 연습경기가 시작되고, 그에 앞서 청백전이 열릴 수도 있는데, 체력관리를 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고 했다. 3주 가까이 이어진 훈련에 따른 피로 누적을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KIA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2차 캠프 구분 없이 오키나와 한 곳에서만 40일 넘게 전지훈련을 이어간다.
김 감독 지휘하의 타이거즈. 달라진 게 참 많다. 김 감독은 절대적인 훈련량보다 훈련의 질, 집중도를 중시하는 것 같다. 물론, 자발적인 훈련, 선수가 부족한 부분을 인지해 집중하는 자세는 그가 끊임없이 강조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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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지시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왜 훈련이 필요한 지 선수 스스로 알고 노력하는 걸 원하고, 이런 부분을 체크한다"고 했다. 이틀 연속 휴식도 이런 김 감독의 '믿음과 자율을 강조하는 리더십'과 맥을 같이하는 것 같다.
KIA 선수단은 지금까지 '3일 훈련-1일 휴식' 일정을 이어왔다. '4일 훈련-1일 휴식' 일정보다 선수 입장에서 보면 수월한 일정이다. 대신 김 감독은 훈련 집중력을 강조한다. 훈련장에 나와 있는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지나친 훈련이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 몇 년 간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곤욕을 치른 KIA다.
KIA가 다른 팀과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 KIA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베테랑 선수, 주축 선수들은 오후 1시30분쯤 공식훈련이 끝나는데, 신인급 선수들은 2시간 이상 더 훈련을 한다. 공식훈련이 끝나고 나머지 시간은 선수 자율에 맡긴다. 선수들은 잘 알고 있다. 주어진 자유시간이 쉬는 시간이 아니라는 걸.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