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중심타선 조합, 브라운 초반 적응이 관건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02-04 10:51


SK 새 외국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이 전지훈련 캠프에서 타격폼을 점검하고 있다. 김용희 감독은 브라운의 타선에 대해 4번 또는 5번이라고 했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지난해 성적을 놓고 봤을 때 클린업트리오가 강했던 팀은 넥센 히어로즈, 삼성 라이온즈, NC 다이노스였다. SK 와이번스도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강력한 중심타선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종 거포 최 정과 박정권에 메이저리그 135홈런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루크 스캇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스캇은 실력에 앞서 부상과 마인드가 문제가 됐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또 최 정은 허벅지와 허리 등 부상이 길어지는 바람에 46경기나 결장했다. 박정권이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인 27홈런, 109타점을 때리며 제 몫을 했을 뿐이었다.

이번에 외국인 타자를 뽑는데 있어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크게 따지지 않았다. SK의 선택은 앤드류 브라운이었다. 당초 발빠르고 수비가 좋은 2루수를 물색했던 SK는 후보 선수들이 마땅치 않자 외야수로 눈길을 돌려 브라운을 영입했다. 우익수를 맡는 브라운은 오른손 타자로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44경기서 14홈런, 45타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경험은 적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꽤나 주목받는 거포였다. 지난해 뉴욕 메츠 산하 트리플A에서는 10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3리, 21홈런, 69타점을 올렸다.

그렇다면 SK에서 브라운의 타순은 어떻게 될까. 김용희 감독은 "3번 최 정은 확정했고, 4,5번은 조금 생각을 해봐야 한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브라운이 붙박이 4번 타자로 나설 수 있지만,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박정권을 4번에 넣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우-좌-우 순서를 원한다면 우타자 최 정에 이어 좌타자 박정권을 넣고, 우타자 브라운을 5번에 기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오른손과 왼손 타자가 번갈아 나오면 볼배합과 승부를 거는 타이밍이 까다로울 수 있다. 많은 감독들이 '지그재그' 타순을 선호하는 이유다. 그러나 중심타선의 클러치 능력을 극대화하려면 상대 선발투수의 유형과 기록을 따져 타순을 바꿀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이 염두에 두고 있는 대목이다.

브라운은 메이저리그에서 좌-우 투수를 상대로 각각 2할2푼9리, 2할1푼2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유형을 심각하게 가리지는 않았다. 박정권 역시 최근 3년 동안 좌투수 상대 2할9푼3리, 우투수 상대 2할7푼9리를 기록하며 꾸준함을 과시했다. 득점권 타율을 봐도 두 선수 모두 클러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브라운의 득점권 타율은 메이저리그 통산 2할4푼7리로 통산 타율 2할2푼보다 높았다. 박정권 역시 지난해 득점권에서 3할3푼8리, 시즌 타율 3할1푼보다 2푼8리가 좋았다. 즉 당일 컨디션과 선발투수 상대 기록에 따라 타순이 달라질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브라운이 국내 야구 적응 기간을 어느 정도 가져야 한다고 보면 시즌 초에는 5번 또는 6번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브라운은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 타순별 선발출전 횟수가 4번 13경기, 5번 20경기, 6번 21경기였다. 박정권의 경우 지난해 4번 타순에서 타율 3할9푼2리, 5번에서 2할5푼, 6번에서 3할2푼8리를 각각 기록했다.

한편, SK는 4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다저타운에서 전지훈련 첫 홍백전을 가졌다. 김강민이 적시타, 이재원이 솔로홈런을 터뜨린 백팀이 2대0으로 승리했다. 브라운은 홍팀 3번 타자로 출전해 3타석 2타수 무안타 1볼넷, 박정권은 백팀 4번타자로 나가 3타수 무안타를 각각 기록했다. 김 감독은 브라운에 대해 "연습할 때 보니 생각했던 대로 파워가 느껴지고 스윙이 빠르다. 시즌 초 적응을 잘 한다면 4번이든 5번이든 충분히 자기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