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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성적을 놓고 봤을 때 클린업트리오가 강했던 팀은 넥센 히어로즈, 삼성 라이온즈, NC 다이노스였다. SK 와이번스도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강력한 중심타선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종 거포 최 정과 박정권에 메이저리그 135홈런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루크 스캇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스캇은 실력에 앞서 부상과 마인드가 문제가 됐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또 최 정은 허벅지와 허리 등 부상이 길어지는 바람에 46경기나 결장했다. 박정권이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인 27홈런, 109타점을 때리며 제 몫을 했을 뿐이었다.
우-좌-우 순서를 원한다면 우타자 최 정에 이어 좌타자 박정권을 넣고, 우타자 브라운을 5번에 기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오른손과 왼손 타자가 번갈아 나오면 볼배합과 승부를 거는 타이밍이 까다로울 수 있다. 많은 감독들이 '지그재그' 타순을 선호하는 이유다. 그러나 중심타선의 클러치 능력을 극대화하려면 상대 선발투수의 유형과 기록을 따져 타순을 바꿀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이 염두에 두고 있는 대목이다.
브라운은 메이저리그에서 좌-우 투수를 상대로 각각 2할2푼9리, 2할1푼2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유형을 심각하게 가리지는 않았다. 박정권 역시 최근 3년 동안 좌투수 상대 2할9푼3리, 우투수 상대 2할7푼9리를 기록하며 꾸준함을 과시했다. 득점권 타율을 봐도 두 선수 모두 클러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브라운의 득점권 타율은 메이저리그 통산 2할4푼7리로 통산 타율 2할2푼보다 높았다. 박정권 역시 지난해 득점권에서 3할3푼8리, 시즌 타율 3할1푼보다 2푼8리가 좋았다. 즉 당일 컨디션과 선발투수 상대 기록에 따라 타순이 달라질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SK는 4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다저타운에서 전지훈련 첫 홍백전을 가졌다. 김강민이 적시타, 이재원이 솔로홈런을 터뜨린 백팀이 2대0으로 승리했다. 브라운은 홍팀 3번 타자로 출전해 3타석 2타수 무안타 1볼넷, 박정권은 백팀 4번타자로 나가 3타수 무안타를 각각 기록했다. 김 감독은 브라운에 대해 "연습할 때 보니 생각했던 대로 파워가 느껴지고 스윙이 빠르다. 시즌 초 적응을 잘 한다면 4번이든 5번이든 충분히 자기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