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이 있어 한현희를 선발로 돌릴 수 있었지요."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한현희 선발 전환 이유의 하나로 이런 말을 했다. 그렇게 상무에서 전역한 우완투수 김정훈(24)은 제대와 동시에 넥센의 '믿는 구석'이 됐다. 올 시즌 조상우 손승락과 함께 넥센의 뒷문 지킴이로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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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넥센은 지난해 조상우라는 걸출한 불펜투수를 만들어냈다. 불펜에 검증된 투수 둘이 있어 리스크를 최소화시켰다. 여기에 상무에서 2년 연속 12세이브로 구원 1위에 오른 김정훈이 당장 필승조로 가세해도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정훈은 지난 2년간 퓨처스리그(2군) 최고의 마무리였다. 무브먼트가 좋은 직구에 수준급의 변화구를 구사한다. 안정감 있는 제구력도 인상적.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의 포피치 투수로 특정 구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이중에서도 직구처럼 들어오다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그의 주무기다.
김정훈은 최근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140㎞ 중후반대의 공을 시원하게 던지고 있다. 아직 100%의 힘을 쓰지 않는 걸 감안하면, 150㎞짜리 강속구도 기대해볼 만하다.
광주 진흥고를 졸업한 김정훈은 고교 시절 '특급 유망주'였다. 히어로즈는 201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김정훈을 지명했고, 곧바로 1군 기회를 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2군에서 가능성을 보인 것과 달리, 1군에서는 3년간 11경기 등판에 그쳤다. 제구 난조로 고전했고, 2012년에는 팔꿈치에 문제가 생겨 수술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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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에서 다른 투수가 된 이유는 분명하다. 자신에게 가장 맞는 옷을 찾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 것이다. 계속된 연구를 통해 가장 좋았던 볼끝과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을 되찾았다. 고교 시절 김정훈을 만들었던 그 장점들이었다.
김정훈은 "히어로즈에 처음 입단했을 때, 투구폼을 많이 교정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내 것, 내 폼이 없었다. 상무에서 2년 동안 내 폼을 만들어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는 중간계투로 역할을 하기 위해 주자가 있을 때 투구에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제구력과 이를 막기 위한 주무기, 체인지업을 중점적으로 다듬고 있다.
군입대 전 스프링캠프와는 느낌부터 다르다. 야구에 대한 생각, 마음가짐도 완전히 바뀌었다. 염경엽 감독이 한현희를 선발로 전환시킨 배경으로 자신을 언급한 데 있어서도 큰 책임감을 느꼈다.
김정훈은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다. 내가 돌아와서 현희를 선발로 돌리는 결정이 쉬웠다고 생각해주신다는 것에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이제 그 기대에 답을 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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