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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좋아졌네. (홈런)30개는 그냥 치겠어."
스프링캠프 시작 이후 계속 수심에 잠겨있던 한화 이글스 김성근(73) 감독이 처음으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알찬 노력과 향상된 실력으로 감독의 믿음에 응답한 선수가 나타났다. 바로 팀의 '캡틴' 김태균(33)이다.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에 한국프로야구 최고연봉선수(15억원)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김태균의 노력은 생각 이상으로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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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오후 4시10분까지 약 1시간30분 동안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이끌었다. 수시로 일대일 지도를 하면서 전체적인 선수들의 타격 밸런스를 조정해줬다. 김 감독이 직접 도입한 '쇠망치(해머) 내리치기' 훈련도 실시했다. 전반적인 상태 체크와 보완점 지적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한창 선수들을 가르치던 김 감독은 이어 덕아웃 한 쪽에 앉은 채 타격 기계를 상대로 한 선수들의 프리배팅을 관찰했다. 김 감독은 "야구는 결국 타이밍 싸움이다. 투수가 안맞으려고 던지는 공에 얼마나 자기 타이밍을 맞추느냐가 좋은 타자의 기준"이라면서 "프리배팅을 할 때 타자들의 스윙 밸런스와 타이밍을 중점적으로 관찰한다. 뛰어난 타자들은 그 타이밍을 스스로 조절해 맞추는 법을 안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감독은 다시 그라운드로 나가 타자들의 잘못된 폼을 일일히 수정해줬다. 모든 지도를 마친 김 감독의 표정은 비교적 만족스러워보였다. 이유가 있다.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김태균의 타격폼이 예상보다 한층 더 잘 만들어졌기 때문. 김 감독은 "이전에 비해 타격폼이 한층 경쾌해졌다. 몸이 젖혀지지 않고, 힘이 제대로 실리기 때문에 타구의 질이 매우 좋아졌다. 이런 폼이 계속 유지된다면 홈런 30개는 그냥 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례적인 칭찬이다. 지난 15일 고치 스프링캠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김 감독은 선수들의 준비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아쉬워했다. "개막전까지 제대로 만들려면 시간이 부족하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하지만 김태균이 그런 감독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준 것이다. 김태균의 뛰어난 준비상태는 이미 훈련 초반 김정준 전력분석코치의 눈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 감독은 김태균에게 거는 기대가 대단히 크다. 지난해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때 직접 주장으로 임명하며 "30홈런-100타점을 해줘야 한다"는 기대치까지 제시했다. 충분히 할 수 있고, 또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
어찌보면 부담스러운 주문일 수 있다. 그러나 김태균은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주장이자 4번타자로서 목표 달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를 위해 12월 한 달간 사이판에서 개인 훈련을 충실히 소화했다. 훈련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 외부 연락도 대부분 차단할 정도였다. 그 성과는 고치 캠프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노력은 거짓을 모른다. 한 만큼 나타나는 게 바로 진짜 실력이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