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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강정호, 4년 1600만불에 안주해선 안된다 [이명노의 런앤히트]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5-01-13 11:48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좀더 기다려봐야 한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통 큰 투자'를 한 것은 맞지만, 강정호 스스로 가치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com은 소식통을 인용해 13일(이하 한국시각) '피츠버그가 강정호와 4년간 약 1600만달러(약 173억5000만원)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5년째엔 옵션이 걸려 있는 조건이다.


2014 프로야구 넥센히어로즈와 LG트윈스의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3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넥센 7회초 1사 1루 강정호가 좌월 투런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10.31/
강정호는 피츠버그의 초청으로 14일 오전 출국한다. 현지에서 구단 관계자들과 상견례를 하고, 15일과 16일 이틀간 메디컬 체크에 응할 예정이다.

미국 현지에서도 ESPN만이 강정호의 계약 사실을 전했다. 나머지 매체들은 ESPN의 보도를 인용하고 있다. 피츠버그는 여전히 강정호의 계약 규모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강정호의 에이전트인 앨런 네로 혹은 피츠버그 구단 내 소식통에서 '4+1년 1600만달러'라는 숫자가 나온 것이다.

인센티브가 크다? 연평균 400만달러의 진실은

계약 규모는 아직 숫자 그대로 믿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은 이날 '강정호가 이번주 피츠버그로 온다. 역사적인 계약을 앞두고 있다'는 기사에서 강정호의 계약 규모로 4년 계약을 언급하면서도 '아마도 계약의 상당 부분은 성과에 따른 인세티브에 기초할 것'이라고 밝혔다.

1600만달러를 숫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여전히 강정호는 그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선수'다. 동양인 내야수의 연이은 실패, 타자친화적인 한국 프로야구에서 보여준 장타력.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이미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지난해 윤석민과 인센티브가 대거 포함된 '계단식 계약'을 하기도 했다.

피츠버그는 스몰마켓 구단이다. 그동안 구단 운영을 살펴 보면, 무리한 영입은 없었다. 강정호의 경우에도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을 수 있다. 연평균 400만달러 규모지만, 적은 금액에서 시작해 큰 금액으로 올라가는 구조일 것이다.


21일 넥센 히어로즈 강정호가 목동구장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기자회견에 임했다. KBO는 20일 MLB 사무국으로부터 포스팅 최고 입찰액을 통보 받아 넥센에 전달했고, 넥센은 이를 받아들였다. 강정호의 포스팅 최고 입찰액은 500만2015달러다. 강정호는 최고 입찰액을 제시한 메이저리그 구단과 본격적인 협상을 펼칠 예정이다. 목동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강정호.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2.21

피츠버그의 닐 헌팅턴 단장은 팀의 주축인 외야수 앤드류 맥커친과 스탈링 마르테를 장기계약으로 붙잡은 전례가 있다. 풀타임으로 3년을 뛴 맥커친을 2012년 초 6년간 5150만달러(약 557억원)라는 장기계약으로 붙잡았고, 지난해엔 풀타임으로 1년을 뛴 게 전부인 마르테와 6년 3100만달러(약 335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가능성이 보이는 젊은 선수를 일찌감치 장기계약으로 묶는 방법, 하지만 이들은 모두 계약 초기 낮은 연봉에서 출발해 점차 규모가 커지는 계약을 맺고 있다. 만약 팀내 상황에 따라 다른 유망주가 성장하거나, 해당 선수가 부진할 경우 선수를 정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피츠버그의 이유 있는 투자, 보험 혹은 복권

강정호와 피츠버그의 계약은 인센티브가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고, 또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계약규모가 점차 확대되는 구조일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도 통한다는 걸 보여줘야만 한다.

스몰마켓인 피츠버그가 이러한 금액을 투자했다는 건 강정호의 가능성에 투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개 포스팅 비용과 계약 규모가 비례하는 것을 봤을 때, 500만2015달러(약 54억원)을 입찰한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4년 1600만달러를 안긴 것은 놀랍기만 하다.

강정호는 이제 피츠버그 내야에서 경쟁을 펼치게 된다. 이미 피츠버그는 내야가 꽉 찬 상황이다. 페드로 알바레즈(1루수) 닐 워커(2루수) 조디 머서(유격수) 조시 해리슨(3루수)로 구성된 내야는 공수에 걸쳐 탄탄하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내야진을 이끄는 3총사. 왼쪽부터 조시 해리슨, 닐 워커, 조디 머서. ⓒAFPBBNews = News1
현실적으로 강정호의 출발지는 벤치다. 벤치멤버로 출발해 적응을 시작하고, 그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킨다면 주전 자리를 얻게 될 것이다. 피츠버그 태생으로 장기계약을 기다리고 있는 워커의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피츠버그는 워커의 거취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팬들을 감안하면 고향팀에서 프랜차이즈스타로 떠오른 워커를 내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날이 치솟는 몸값을 생각하면 그를 하루 빨리 처분해야 한다. 올해 575만달러를 받은 워커는 당장 올해 연봉조정을 통해 860만달러 가량의 연봉을 원하고 있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성장세를 지켜보면서 워커의 활용법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워커 외에 알바레즈 등 다른 선수의 트레이드도 가능하다. 강정호는 피츠버그로서는 '보험'이자 '복권'이다. 모든 건 강정호의 활약 여부에 달려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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