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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의 베테랑 투수 서재응(38)은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시절 '컨트롤 아티스트'로 불렸다. 많은 야구팬들이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메이저리그 최고타자들을 돌려세우는 서재응을 보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2008년 고향팀 타이거즈의 일원이 된 서재응은 화려함은 덜했지만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며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후배들의 롤모델이 될만 했다.
그런데 불과 몇개월 만에 반전이 일어났다. 야구를 정리할 생각을 했던 그가 지금 누구보다 확고한 목표를 갖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서재응은 "함께하고 싶었던 감독님 밑에서 다시 한번 야구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기태 감독 부임 후 벌어진 결과다.
나도 (이)종범이형처럼
지난해 16경기에 등판한 서재응은 2패2홀드, 평균자책점 6.40을 기록했다. 그런데 선발 등판은 딱 1경기에 그쳤다. 지난 해는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은 최악의 시즌이었다. 지난달 말 서재응은 40%가 삭감된 연봉 1억2000만원에 2015년 연봉 재계약을 했다.
서재응은 "지난 시즌에는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많았고, 압박감이 심했다. 올해는 마음을 편하게 하려고 한다. 투수 코치님도 내 상태를 잘 알고 계시다"고 강조했다. 야구 포기까지 생각했던 시즌을 견뎌냈기에 다른 시각에서 야구를 보게 된 것일까. 욕심이 없는 프로야구선수,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운동이 가능한 선수는 없다.
투수의 유형, 특성에 따라 몸에 맞은 보직이 있다. 올시즌 서재응의 목표는 선발인데, 5인 로테이션 진입이 아닌 6선발이나 선발이 펑크났을 때 투입이 가능한 예비 선발이다. 물론, 롱릴리프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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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후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KIA 2군 배터리 코치가 된 동갑내기 포수 김상훈. 광주일고 동기이자 둘도 없는 친구가 먼저 선수 유니폼을 벗었다.
"오랫동안 상훈이랑 배터리를 이뤘는데, 사실 나는 상훈이가 던지라고 하는대로 던진 '아바타'였다. 나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친구가 그만둔다는 사실에 충격이 컸다."
서재응은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 7시즌 만에 처음으로 무승에 그쳤다. 나이가 들면 구위저하를 피할 수 없다. 당연히 평생 야구 선수를 할 수도 없다. 은퇴시기를 알고 정할 수 있는 건 모든 프로 선수의 꿈이 아닐까.
서재응은 "주위의 압박, 권유 때문에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해보고 안 된다는 걸 느끼게 되면 깨끗이 인정하고 은퇴하겠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2015시즌은 서재응에게 기회이면서, 야구인생의 분기점이 될 것 같다.
KIA는 지난 시즌에 뛰었던 외국인 투수 2명 대신 필립 험버, 조쉬 스틴슨의 영입을 발표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했던 양현종이 잔류를 결정한 가운데, 외국인 투수 2명 외에 김진우 임준섭 김병현이 선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불투명한 부분이 너무 많다. KIA는 여전히 베테랑 투수가 필요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