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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화 임경완-권용관, '40대의 도약' 기대 큰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1-05 10:58


◇SK 와이번스 시절의 임경완은 2014시즌 후 방출 통보를 받은 뒤 김성근 감독의 부름을 받고 한화 마무리캠프에 합류해 사실상 혹독한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40세의 나이에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사진=스포츠조선DB

마흔, 잔치는 이제 시작이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30세에만 접어들어도 은퇴를 앞둔 '노장'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과학적인 체력관리와 웨이트트레이닝 기법이 발달하면서 선수들의 평균 활동기간이 크게 늘어났다. 그래서 지금의 30세는 야구를 막 꽃피우는 시기로 여겨진다. '40세'에 대한 개념도 바뀌었다. 코치를 할 나이라고 여겼던 때는 지났다. 이제는 현역도 문제없는 나이로 받아들여진다.

'마흔의 새출발'을 앞둔 두 선수가 있다. 한화 이글스에 새 둥지를 튼 투수 임경완(40)과 내야수 권용관(39)이다. 한국 나이로는 각각 41세와 40세의 베테랑들이다. 흔히 하는 말로 '산전' '수전'에 '공중전'까지. 지금껏 안 치러본 전장이 없다.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선수들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새 출발'을 꿈꾸고, 그 기회를 열어갈 곳이 한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 바로 한화 사령탑이 김성근(73) 감독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이들을 불러모아 새 기회를 부여한 이가 바로 김 감독이다. 임경완과 권용관은 다른 누구도 아닌 김 감독이 불렀기에 한화로 왔다. 그렇게 새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어떠한 형태의 '특혜'나 '배려'는 없었다. 임경완과 권용관은 각각 전 소속팀 SK와이번스와 LG트윈스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인물들이다. 끝끝내 '미생'에 머물고 말았다. 그런 이들에게 김 감독은 다시 '완생'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문을 열어줬다. 문만 살짝 열어줬을 뿐, 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지 여부는 오로지 선수 본인에게 맡겼다.

방출된 두 선수에게 김 감독은 한화에서 재기에 도전하라는 연락을 했다. 임경완은 지난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후배들과 박박 굴렀다. 테스트나 마찬가지였다. 권용관 역시 그간의 커리어나 김 감독과의 오랜 인연은 접고, 처음부터 다시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김 감독의 '합격' 판정은 그 테스트 이후에야 겨우 나왔다.


김 감독이 이들의 가능성에 주목한 이유는 명확하다. "경험은 돈으로도 살 수 없고, 체력으로도 얻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다고, 후배들에 비해 체력이 떨어졌다고 쉽게 내보내는 그간의 구단 관행을 김 감독은 거부한다. 김 감독이 보기에는 아직도 얼마든지 효용가치가 있는 자원이 타의로 폐기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기회를 주고, 남은 여력을 이끌어내 팀에 이롭게 해왔다. 이전 LG나 SK 감독 시절에도 김 감독은 타 구단에서 방출된 베테랑들을 많이 데려와 활용한 적이 많다.

김 감독의 제안에 결국 한화의 정식선수가 된 임경완과 권용관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의욕에 불타고 있다. 마치 신인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다 끝난 줄 알았던, '여기까지구나' 싶었던 야구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다시 쓸 수 있게된 덕분이다. 두 선수는 입을 모아 말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40대에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 마흔, 다시 '플레이볼!'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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