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 경쟁은 팀의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정된 주전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선수 각자가 치열한 노력과 집중력을 보여주게 되면, 자연스럽게 팀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더 강력한 경쟁 구도를 만드는 프로야구 감독들도 있다.
게다가 새로운 외국인 선수 나이저 모건의 합류로 인해 경쟁이 더 과열되고 있다. 모건은 외야수다.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에서 주로 중견수를 맡았다. 때문에 내년도 한화에서도 일단 중견수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매우 크다. 컨디션에 이상이 없는 한 기껏 영입한 외국인 선수를 다른 포지션 또는 지명타자로 돌릴 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일단 중견수 자리는 거의 고정돼 있다고 보는 게 편하다.
물론 변수는 있다. 이용규의 어깨 재활 여부다. 이용규는 지난해 후반에 어깨 수술을 받은 뒤 올해 수비를 전혀 하지 못했다. 지명타자로만 나섰다. 하지만 전 소속팀 KIA 시절에는 빠른 발과 민첩한 타구 판단력을 활용해 중견수 자리를 맡았다. 코너 외야수로는 거의 나서지 않았다.
이용규의 어깨가 완전히 회복된다면 대략 두 가지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 일단은 모건과의 플래툰 시스템 가동이다. 상대 투수의 유형에 따라 이용규와 모건이 번갈아 선발로 나서는 형태다. 팀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는 있는데, 모건에게는 시련이 될 수 있다. 이용규도 오히려 이런 시스템에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 다음으로는 이용규 또는 모건의 코너외야수 변신이다. 둘 중 한 사람이 중견수를 맡고 한 명은 좌익수나 우익수로 이동하는 방법이다. 두 선수의 타격과 수비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족한 경험으로 인한 수비 실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견수 자리 못지 않게 좌우 코너 외야자리도 경쟁이 치열하다. 일단 올해 데뷔 첫 3할타율을 기록한 김경언이 있다. 내년이 FA 재계약 첫 해다. 선수 본인도 한층 더 절치부심하겠지만, 구단 입장에서도 FA계약을 맺은 선수를 첫 해부터 방치할 수는 없다. 적극활용해야 한다.
또 최진행과 김태완 등 거포스타일 외야수도 있다. 최진행은 올해 99경기에서 2할6푼1리로 부진했다. 홈런도 12개밖에 못 날렸다. 하지만 최진행은 2010년 32홈런을 날렸던 거포다. 부상 여파로 인해 올해는 부진했지만, 내년에는 명예회복을 노리며 덕수고 동기인 이용규와 함께 일찌감치 해외 개인훈련을 떠나기도 했다.
김태완의 각오도 뜨겁다. 김태완 역시 올해 그리 많은 기회를 얻진 못했다. 89경기에서 겨우 214타석밖에 나서지 못했다. 그럼에도 7개의 홈런을 날렸다. 분명 장타력에 대해서는 팀내에서 손꼽히는 거포 스타일이. 다만 문제는 수비에 있다. 기본적으로 김태완은 외야, 특히 우익수 출신이다. 하지만 늘 수비력에 대한 의문을 떼어내지 못한 채 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 변신을 강요받았다. 스스로는 수비에 대해 확신이 있지만, 이걸 입증할 기회가 적었다. 현재 김태완은 팔통증으로 개인훈련을 하며 재활까지 진행중. 하지만 내년 스프링캠프 때는 정상 컨디션으로 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태완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최진행 김경언 등과 함께 치열한 코너 외야 경쟁을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3개의 자리를 놓고, 최소 5명이 뛰어든 형국이다. 과연 이같은 외야 전쟁의 최종 승자는 누가될 것인가.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