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롯데행, 그리고 kt와 김사율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12-10 12:16


8일 잠실구장에서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은 유희관이 KIA는 양현종이 선발 출전해 맞대결을 펼쳤다. 두산 정재훈이 7회 마운드에 구원 등판 했으나 손가락 부상으로 강판 당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0.08

프로 선수는 언제든 소속이 바뀔 수 있는 법. 어느 팀으로 가서 어떻게 운명이 달라질지 모른다. 두산 베어스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적을 옮긴 정재훈이 그렇다. 롯데는 FA 장원준의 보상 선수로 정재훈을 지명했다. 그렇게 정재훈은 선수생활 제 2막을 부산에서 열게 됐다.

하지만 정재훈은 이전 수원에 거처를 마련할 수도 있었다. 막내구단 kt 위즈는 각 구단에서 보호 선수 20명 외 1명의 특별 지명을 할 수 있었다. 당시에도 두산은 베테랑 불펜 정재훈을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두산은 유망주 보호를 위해 정재훈을 과감히 제외했다. kt 입장에서는 당연히 구미가 당길 카드. 나이가 들며 구위가 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당장 불펜에서 필승조, 마무리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선수였다. kt도 처음 정재훈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름값으로 보면 최고 수준의 선수. 그리고 신중히 어떤 선수를 데려올지 고민했다. 하지만 kt의 선택은 좌완 유망주 투수 정대현이었다.

그리고 정재훈은 두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두산이 FA 투수 장원준을 영입했다. 보상 선수 명단을 짜야했다. 이미 보호 선수 명단에서 빠졌던 정재훈이 다시 포함될 가능성은 적었다. 롯데는 당장 1군에서 던질 투수가 필요했다. 롯데도 정재훈의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그를 지명했다.

그렇게 kt와 롯데의 선택이 엇갈렸다. kt는 미래를 봤고, 롯데는 당장의 현실을 선택했다. 두 팀 모두 길게 봐야 하는 팀 사정이다. kt는 신생팀으로 당장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생갭다는 탄탄한 팀을 만드는데 초점을 뒀다. 롯데도 온갖 풍파를 겪은 후 새출발을 선언했다.

재밌는 건 kt가 비슷한 역할을 할 투수로 FA 김사율을 영입했다는 것. 김사율은 프로 시작부터 롯데에서 뛴 롯데맨이었다.두 사람은 80년생 동갑이다. 역할도 비슷하다. 필승조 셋업맨과 마무리가 모두 된다. 만약, kt가 특별 지명으로 정재훈을 영입했다면 김사율을 영입할 가능성은 매우 떨어졌을 것이다. 역할이 중복되기 때문. 결론적으로, kt는 정재훈 말고 김사율을 선택한 것이다. 롯데는 그런 김사율을 떠내보냈고, 그 자리를 정재훈으로 메우려 한다. 과연 두 팀의 내년 시즌 운명이, 두 투수로 인해 달라질 수 있을까.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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