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송광민, "누구나 같은 기회, 도전심이 생긴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12-10 09:10


한화와 KIA의 2014 프로야구 경기가 14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송광민.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9.14/

"눈빛이 전부 확 돌아갔어요. 당연히 긴장이 되죠."

성적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팀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게 주전 고정에 따른 의욕 저하다. 특정 선수들이 주전 자리를 너무 오랫동안 지키게 되면 부작용이 생긴다. 가장 먼저 비주전 선수들의 도전 의식이 사라진다. '노력해봤자, 기회는 없다'는 생각이 퍼지면 퍼질수록 주전들의 투지와 전력도 약화된다. 결국 다른 팀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지난 3년간 프로야구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한 한화 이글스가 그랬다.

하지만 적어도 2015년의 한화에서 이런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김성근 감독이 그렇게 내버려두질 않는다. 선수들의 숨겨진 가능성을 뽑아내는 노하우를 가진 김 감독은 이제껏 맡았던 팀에서 늘 '공평하고 혹독한 경쟁'을 강조했다. 그런 철학의 씨앗은 이미 한화에 뿌려졌다.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때였다.

마무리캠프에 참가했다가 팔꿈치 통증으로 조기 귀국한 송광민은 짧았던 오키나와 캠프의 경험에 대해 "떨렸다"고 표현했다. 무엇이 송광민을 떨게 했을까. 혹독하기로 소문난 김 감독의 훈련량이었을까. 아니면 좋지 않은 팔꿈치 상태 때문이었을까.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송광민은 "후배들의 눈빛이 달라진 걸 보고 떨리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되면서 도전 의식이 생기더군요"라고 밝혔다. 송광민이 "눈빛이 홱~돌아갔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한화 선수들이 투지는 활활 타올랐다. 김 감독의 엄명으로 호된 훈련을 했지만, 그 속에서 각자 희망의 빛을 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송광민은 "감독님께는 '차별'이란 게 없다. 혹독하지만 그걸 모든 선수들에게 공평하게 시키신다"면서 "그러다보니 후배들 입장에서도 눈이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이런 기회에 열심히 뛰어 감독님 눈에 들어가면 내년 주전도 충분히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눈빛을 마주하는데 나도 전의가 불탔다"고 말했다. 결국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를 통해 한화는 적어도 한 가지 단점은 수정할 수 있었다고 봐야한다. 희미해진 도전정신을 퍼올린 것만해도 작은 성과다.

하지만 정작 송광민은 한국에 와서는 전의를 발산하고 있지 못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내년 스프링캠프 때까지 팔꿈치 통증에서 탈출하는 것. 송광민은 "시즌 후반 경기 중에 팔꿈치 인대부위를 좀 다쳤는데, 마무리캠프에서 훈련 때 다시 통증이 생겼다"면서 "감독님의 배려로 병원 검진도 잘 받았고, 지금은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광민은 올해 팀의 주전 3루수를 맡아 커리어 하이 기록을 썼다. 103경기에 나와 3할1푼6리 11홈런 58타점을 기록했다. 계속 3루의 주인장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김 감독의 부임으로 상황도 변했다. 김 감독에게는 '고정된 자리'라는 게 없다. 송광민이라고 해서 예외일 리 없다.


이런 점을 송광민은 잘 이해하며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당연히 똑같이 경쟁할 것이라고 봤다. 누구에게든 기회가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전부 긴장해야 한다"면서 "우선은 재활이 급선무다. 트레이닝 코치님과 함께 착실히 몸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높이 뛰어오르려면 한껏 주저앉아 근육의 힘을 압축해야 한다. 멀리 뛰기 위해 웅크린 개구리처럼. 송광민은 더 큰 도약과 발전을 꿈꾸며 지금 조용히 몸을 숙이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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