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올림픽 재진입, 지향할 것과 지양할 것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4-12-09 09:17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가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한국이 대만을 6-3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경기가 종료되자 환호하는 선수들의 모습.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9.28/

야구가 다시 올림픽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8일 모나코에서 열린 총회에서 개최도시에 종목 추가 권한을 줬다. 야구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밀려난 상태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다시 부활한다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12년만이다.

아직 과정은 남아있다. 2015년 7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종목추가 선택권이 일본에 있다면 야구 복귀는 기정사실이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야구의 올림픽 복귀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프로야구가 일본내 최고스포츠이고 아마추어 저변도 탄탄하다. 또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 등 국제무대 경쟁력도 갖췄다. 일본은 내심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하나를 벌써 추가한 듯한 분위기다.

한국은 엄밀히 말하면 디펜딩 챔피언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12년만의 야구 금메달이 꿈꾼다. 결과를 놓고보면 한일 야구의 '동상이몽'이지만 과정에 있어선 협력이 우선이다.

야구계와 야구팬들에겐 분명 기쁜 소식이지만 지금까지의 국제대회 경험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지향할 점과 지양해야할 점이 있다.

한국야구 발전의 기폭제

야구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됐다. 야구는 국제 스포츠 관점에서 보면 축구에 비해 덜 보편적이다. 늦게 올림픽 정식종목이 됐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다섯 번 올림픽 무대를 지켰다. 국제야구연맹은 최대 시장인 미국 메이저리그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올림픽 농구가 미국프로농구 스타들로 북적였던 것과 비교하면 정식종목 탈락은 어찌보면 불가피한 결과였다.

12년만에 돌아온 올림픽 야구를 바라보는 한국 야구계 시선은 장밋빛이다. 2008년의 기억은 선명하다.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은 길이 남을 이정표다. 일본과의 준결승, 쿠바와의 결승전은 명승부였다. IMF를 전후로 내리막을 걷던 한국프로야구는 그해 525만 관중을 동원하며 다시 한번 도약했다. 2012년엔 700만 관중시대를 열었다. 그사이 NC가 9구단으로 들어왔고, 내년엔 KT가 합류해 수 십년간 기대했던 10구단 체제도 만들었다. 한국프로야구의 붐업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베이징올림픽은 가장 확실한 터닝포인트였다. 2020년 도쿄올림픽은 '가깝지만 먼 이웃'인 일본에서 열린다. 도쿄에서의 야구금메달은 전국민적인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 한국프로야구는 또 한번 도약을 꿈꿀 수 있다. 그 전제조건은 면밀한 준비와 국제경쟁력 강화다.

태극마크 자존심에 생채기는 이제 그만


올해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 선수들의 병역면제 논란이 일었다. 13명이 병역면제를 받은 야구가 그 중심에 섰다. 41년을 이어온 병역의무특례규제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사회인 야구팀이 나온 일본, 프로리그를 중단하지 않고 일부 선수만 차출한 대만, 이들에 맞서 대한민국은 리그를 중단하며 홈대회에 집중했다. 결과는 금메달이었지만 너무 쉬운 금메달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앞두고 벌어진 선수차출 기피현상을 떠올린 팬들은 혀를 찼다. 병역혜택과 태극마크를 연계시키는 일부 팀과 일부 선수들 때문에 최선을 다한 선수들까지 도매급으로 욕을 먹었다.

도쿄 올림픽에서 야구가 부활되면 차출논란이 또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유망주나 주축선수를 오래 쓰고 싶은 구단, 전성기를 중단없이 이어가고 싶은 선수의 욕심이 맞물리기 때문이다. 2년간의 공백은 단순히 수 억원 차이가 아니다. 요즘같은 FA대박 시대엔 수 십억원 차이가 될 수도 있다.

재차 차출논란이 일어나 태극마크의 자존심을 좀먹는 행위가 벌어지면 인내력에 한계를 느낀 팬들은 등을 돌릴 것이 분명하다. 선수 개개인의 인성과 애국심에만 기댈 문제가 아니다. 구단과 KBO,대한야구협회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실력 우선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타당한 이유없이 차출을 거부하면 패널티를 주는 것은 물론, 선수 선발 과정도 위원회를 구성해 좀더 투명화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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