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가 다시 올림픽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8일 모나코에서 열린 총회에서 개최도시에 종목 추가 권한을 줬다. 야구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밀려난 상태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다시 부활한다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12년만이다.
야구계와 야구팬들에겐 분명 기쁜 소식이지만 지금까지의 국제대회 경험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지향할 점과 지양해야할 점이 있다.
한국야구 발전의 기폭제
12년만에 돌아온 올림픽 야구를 바라보는 한국 야구계 시선은 장밋빛이다. 2008년의 기억은 선명하다.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은 길이 남을 이정표다. 일본과의 준결승, 쿠바와의 결승전은 명승부였다. IMF를 전후로 내리막을 걷던 한국프로야구는 그해 525만 관중을 동원하며 다시 한번 도약했다. 2012년엔 700만 관중시대를 열었다. 그사이 NC가 9구단으로 들어왔고, 내년엔 KT가 합류해 수 십년간 기대했던 10구단 체제도 만들었다. 한국프로야구의 붐업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베이징올림픽은 가장 확실한 터닝포인트였다. 2020년 도쿄올림픽은 '가깝지만 먼 이웃'인 일본에서 열린다. 도쿄에서의 야구금메달은 전국민적인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 한국프로야구는 또 한번 도약을 꿈꿀 수 있다. 그 전제조건은 면밀한 준비와 국제경쟁력 강화다.
태극마크 자존심에 생채기는 이제 그만
올해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 선수들의 병역면제 논란이 일었다. 13명이 병역면제를 받은 야구가 그 중심에 섰다. 41년을 이어온 병역의무특례규제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사회인 야구팀이 나온 일본, 프로리그를 중단하지 않고 일부 선수만 차출한 대만, 이들에 맞서 대한민국은 리그를 중단하며 홈대회에 집중했다. 결과는 금메달이었지만 너무 쉬운 금메달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앞두고 벌어진 선수차출 기피현상을 떠올린 팬들은 혀를 찼다. 병역혜택과 태극마크를 연계시키는 일부 팀과 일부 선수들 때문에 최선을 다한 선수들까지 도매급으로 욕을 먹었다.
도쿄 올림픽에서 야구가 부활되면 차출논란이 또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유망주나 주축선수를 오래 쓰고 싶은 구단, 전성기를 중단없이 이어가고 싶은 선수의 욕심이 맞물리기 때문이다. 2년간의 공백은 단순히 수 억원 차이가 아니다. 요즘같은 FA대박 시대엔 수 십억원 차이가 될 수도 있다.
재차 차출논란이 일어나 태극마크의 자존심을 좀먹는 행위가 벌어지면 인내력에 한계를 느낀 팬들은 등을 돌릴 것이 분명하다. 선수 개개인의 인성과 애국심에만 기댈 문제가 아니다. 구단과 KBO,대한야구협회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실력 우선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타당한 이유없이 차출을 거부하면 패널티를 주는 것은 물론, 선수 선발 과정도 위원회를 구성해 좀더 투명화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