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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면, 의욕을 잃어버렸다면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KIA 타이거즈 최희섭(35)에게 지난 15개월은 악몽과 같았다. 아무리 내달려도 어둠속,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컨디션 난조에 부상이 이어졌고, 코칭스태프의 신뢰까지 희미해졌다. 2012년 시즌 중후반 이후 그라운드에서 사라졌다. 이쯤에서 야구를 접어야할 것만 같았다.
함께 훈련 중인 선배 서재응(37)과 이범호(33)가 있어 든든하다. 편한 마음으로 훈련에 열중할 수 있다고 했다.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3시간 동안 주로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오후에는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러닝 등 추가 훈련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한다.
마무리 훈련을 소화하면서 부상 이전에 가까운 몸이 만들어 졌다. 최희섭은 "몸이 정상에 가깝게 올라왔다. 미야자키 캠프 후반에 배트를 잡고 싶어 타격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최희섭은 오랫동안 야구에 목이 탔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최희섭은 은퇴까지 생각했다. 그는 "지난 15개월 간 치료를 받고 훈련을 하면서 늘 야구를 꿈꿨다"면서도 "하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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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로서 자세, 마음가짐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손목을 쓰는 배팅을 이야기 하셨다. 이전 보다 조금 더 쉽게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배운다는 생각으로 야구에 임하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전성기에 비해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베테랑 선수이기에 손목 힘을 활용해보라는 조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최희섭 선수가 지금같은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메이저리거 최희섭, 2009년 타이거즈의 10번째 우승의 주역 최희섭은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었다. 1979년 생이니 이제 30대 중반이다. 최희섭도 누구보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잘 알고 있다.
최희섭은 "야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팬과 감독님, 팀, 그리고 나를 위해 멋지게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최희섭의 호쾌한 타격을 기다리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