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을 열망했던 에이스 양현종(26)을 눌러앉힌 KIA 타이거즈가 외국인 선수 2명과 계약을 마무리했다. 김기태 감독을 새 사령탑에 선임한 이후 분위기 쇄신 작업이 이어졌는데, 이제 팀 내 전력 다지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다른 팀에 비해 선발 마운드 밑그림까지 확실하게 그려져 있는 타이거즈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잔류가 확정된 양현종과 김진우, 외국인 투수 2명에 임준섭 등으로 선발진을 끌고 간다. 한기주도 재활치료, 훈련을 거쳐 내년 시즌 개막에 맞춰 보귀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관건은 남은 외국인 투수 1명이다.
KIA가 7일 영입을 발표한 필립 험버(32)는 데이터를 보면 일단 풍부한 경험, 경력이 눈에 띈다. KIA 구단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서 8시즌, 마이너리그에서 10시즌을 뛰었다. 물론,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간 시즌이 많았고, 마이너리그에 머문 기간이 길었다.
험버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뛰던 2012년 4월 22일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통산 21번째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올해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팀 소속으로 44경기에 등판해 6승4패-평균자책점 3.65을 찍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했거나 활약 중인 다른 외국인 투수와 비슷한 경력이다.
실속이 떨어지는 강속구 투수는 아니다. KIA 구단에 따르면, 직구 구속이 140km 중반이고, 안정적인 제구력에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진다. 노련한 경기운영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전의 경력은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일 뿐이다. 능력치뿐만 아니라 인성과 적응력을 갖고 있어야 성공이 가능하다. 아무리 면밀하게 체크했다고 해도 성공을 자신할 수 없는 게 외국인 선수다. 재계약한 타자 브렛 필은 지난 시즌에 검증을 거쳤다. KIA 타이거즈는 최근 몇 년 간 외국인 선수 덕을 크게 봤다고 보기 어렵다.
KIA는 이번 시즌에 뛴 좌완투수 저스틴 토마스를 보류선수 명단에 넣었다. 지난 7월 데니스 홀튼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토마스는 10경기에 등판해 2승2패, 평균자책점 4.44를 기록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낙제수준도 아니다. 구단이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서 계약을 서두를 정도의 투수는 아니라는 얘기다. 다른 좋은 투수를 체크하면서 보험용으로 잡아놓았다고 볼 수 있다.
KIA 관계자는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투수와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프로야구에 오는 선수풀이 한정돼 있다보니, 각 구단이 구단 기준에 따라 특정 선수를 동시에 체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조금이라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실패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서다. 구단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KIA의 남은 외국인 선수 1명이 내년 시즌 팀 재도약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KIA가 어떤 선택을 할 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