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자유계약선수) 시장 2라운드가 끝났다. '억' 소리 나는 FA 시장, 무엇이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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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FA 시장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시장이 공멸할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끝없이 치솟는 몸값에 선수들의 눈높이는 높아져만 가고, 구단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상황 자체도 결국은 구단들이 만든 것이다. 선수들의 논리는 그렇다. '수요와 공급' 원칙에 의해 선수가 필요한 구단에서 몸값을 높여놓고, 이제와서 선수들이 비난의 화살을 맞는다는 것이다.
FA 제도의 합리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현재 선수협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도 FA 취득 연한 축소를 비롯해, 자잘한 규정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서재응 선수협회장은 최근 80억원 이상의 계약에 대해 "이게 1년에 받는 돈이 아니다. 나눠서 지급한다. 또한 우리나라 FA 취득기간은 길다. 규정을 바꿔야 한다. 시장이 과열된 것에 대해선 구단이 선수를 원해서 데려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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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설적으로 현 FA 제도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과거 FA 규정에는 'FA 선수 계약금은 지급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구단들은 이 규정을 무시하고, FA 계약시 연봉 외에 계약금을 별도로 지급했다. 결국 지난 2010년부터 이 조항이 삭제됐고, 계약금과 다년 계약을 인정하기로 했다.
올해 80억원 이상의 대형 계약을 이끌어낸 선수들을 보자. 4년 총액 86억원이라는 FA 사상 최고액을 쓴 SK 와이번스 최 정은 계약금이 총 액수의 절반 가량인 42억원에 이른다. 장원준 역시 84억원 중 계약금이 40억원이나 되고, 4년간 80억원에 계약한 삼성 윤성환은 아예 계약금이 총액의 절반이 넘는 48억원이다.
삼성 안지만(65억원 중 35억원)이나 SK 김강민(56억원 중 28억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모두 절반에 가까운 금액, 혹은 절반 이상이 계약금이다. 이 돈은 선수가 부상으로 4년을 드러누워도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사실 메이저리그와 비교해봐도 이러한 계약구조는 비정상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미국은 물론, 일본 역시 총액에서 계약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사이닝 보너스 개념으로 1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해도 300~500만달러 정도의 소액을 지불한다. 대부분 이는 에이전트 비용으로 나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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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관계자는 "과거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사문화될 때, 보다 세밀하게 검토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밝혔다. 이 규정을 보다 강력히 지켰다면, 지금의 FA 몸값 폭등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에도 구단들은 규정을 지키지 않고 계약금을 지불했다. 그래서 사문화된 이 규정이 삭제되기에 이르렀다. '돈 잔치'의 씁쓸한 이면에는 역시 구단들의 '이기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