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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왜 두산과 김동주는 루저게임을 했나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11-27 11:31


김동주의 복귀를 원하고 있는 두산 팬의 야구장 내 플래카드 시위. 하지만 두산도 김동주도 모두 그들의 바람을 들어주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양보란 없었고, 양 측은 완벽한 루저게임을 했다. 스포츠조선DB

연이은 FA 광풍 소식으로 묻혔지만, 두산과 김동주의 '깔끔한 이별'은 좀 더 짚어봐야 한다.

두산과 김동주의 관계는 끝났다. 우여곡절 끝에 내린 결론이다.

17년 동안 두산 유니폼을 입은 '두목곰'이었다. 하지만 올해 전반기 내내 2군에 머물렀다. 결국 김동주는 한 매체를 통해 "자리가 없다면 보내달라"는 폭탄선언을 했다. 공개적인 트레이드 요청이었다. 부랴부랴 두산은 김동주와 면담을 했다. 그리고 봉합했다. 일단 두산에 잔류하기로 결정했고, 시즌이 끝난 뒤 거취를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양 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두산은 명예로운 은퇴와 2군 코치직을 제시했고, 김동주는 선수생활 연장을 주장했다.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계약 해지로 결정이 났다. 두산은 지난 25일 보류선수 명단에 김동주의 이름을 제외시켰다. 겉으로 보기에는 '깔끔한 이별'이다. 하지만 양 측의 이별은 아름답지 못하다.

김동주는 17년 동안 두산 유니폼을 입은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하지만 최근 2년간 기량이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특유의 장타력이 실종됐고, 수비에서도 순발력이 떨어졌다.

결국 지난해부터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김진욱 감독은 지난해 5월17일 김동주를 2군으로 내린 뒤 끝까지 1군에 올리지 않았다. 김동주의 기용을 두고 김 감독은 두산 팬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일단 마땅한 자리가 없었다. 지명타자나 1루 혹은 3루에 배치되어야 하는데, 김동주는 경쟁력이 떨어졌다. 김동주가 합류할 경우 깨질 수 있는 팀워크도 고려해야 했다. 즉, 좋은 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올해 송일수 감독은 처음부터 김동주를 외면했다. 두산 1군에서는 아쉬울 게 없었다. 이원석 허경민 최주환 등 내야수가 즐비했고, 홍성흔 오재일 칸투 등도 버티고 있었다. 경쟁력이 떨어지더라도 베테랑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있다. 전체적인 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이다. 하지만 김동주를 둘러싼 좋지 않은 소문들이 많았다. 이기적인 행동에 대한 것이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할 때는 넘어갈 수 있었던 부분이었지만, 지난 2년간 김동주의 가세는 팀 입장에서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요소들이 많았다.

결국 김동주는 폭발했다. 문제는 방식이었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FA와 같은 선수생활의 중요한 시기 때마다 구단과 상의없이 외부에 먼저 흘렸다.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협상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했다. "김동주는 두산과 계약이 돼 있는 선수"라는 당시의 송 감독의 말처럼, 김동주는 성숙하지 못했다. 구단에 불만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해결했어야 했다. 바깥으로 표출했다는 것은 의도적이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그 행동은 너무나 아마추어적이었다.


두산 역시 비난의 화살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대접이 너무 소홀했다. '예전에 했던 김동주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반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두산은 김동주를 앞세워 수도권 라이벌 LG 뿐만 아니라, 팀 타선을 강화시켜왔었다. 그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은 모두 두산이 안고 갔다. 그랬다면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마무리를 깔끔하게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프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은 그러지 못했다. 2군에서 사실상 장기간 방치했다. 여론에 밀리자 부랴부랴 김동주와의 대화에 나섰다. 그리고 양 측은 시즌이 끝난 뒤 거취를 결정하기로 했다. 결론을 유보했다.

결국 그들은 합의를 하지 못했다. 평행선을 달렸다. 두산 입장에서는 김동주와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낼 시간이 충분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김동주 사건이 터진 뒤 두산의 행보를 보면 사실상 의지도 없었다.

두산은 '은퇴와 코치직 제의'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김동주 역시 '선수생활 연장'이라는 주장을 계속했다. 양보라는 '미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상처받은 사람들은 두산 팬이었다. 양 측은 모두 프로답지 못했다.

결국 프로야구 전체적인 입장에서 보면 또 하나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사라졌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두산은 그토록 강조하던 '사람'을 잃었고, 김동주는 자신의 프로생활에서 만들어왔던 '명예'를 잃었다. 완벽한 '루저 게임'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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