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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에서 구단과 선수 사이의 관계는 철저히 비지니스적인 측면이 크다. FA 협상이 그렇다. 그런데 이 FA 협상마저도 외풍에 흔들리려 한다. 본질이 왜곡될 수 있다. LG 트윈스와 FA 박용택의 협상 과정을 보면 그렇다.
LG 야구단의 최근 최대 화두는 FA 박용택의 잔류 여부다. 26일 원소속구단과의 협상 마감이다. 백순길 단장과 박용택은 25일 저녁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끝을 맺지 못했다. 협상 마지막 날인 26일에도 만날 예정이다.
협상이 난국으로 가고 있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딱 터놓고 얘기하면 결국 돈 문제가 가장 크다. 금액 부분에서 양측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 못하다고 봐야 한다.
물론, 협상중이기 때문에 양측의 제시액을 공개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은 냉철하게 진행돼야 할 중요한 협상이 외풍에 너무 휘둘리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구단은 최근 팬들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심지어 한화 이글스 감독이 김성근 감독으로 바뀌는 과정에 있어서 '팬들이 감독을 바꿨다'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팬들의 시위 속에 사장, 단장이 퇴진했다.
LG와 박용택의 협상도 마찬가지다. 박용택은 팬들이 아끼는 팀 내 최고의 스타. 지난 FA 설움의 계약 내용 등이 알려지며 이번 FA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극에 달해있다. 팬들은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을 놓치면 안된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다.
문제는 그러면서 너무나도 쉽게 "그깟 몇 십억원 더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등의 말을 쉽게 한다는 점. 일반인 입장에서 구단이 쓰는 10억, 20억원이 별 것 아닌 돈 같이 보일 수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 구단 운영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액수다. 주머니에서 꺼내면 막 나오는 돈이 아니라는 뜻이다.
구단이 신경을 안쓰면 그만이라지만, 신경쓸 수밖에 없는 구단은 머리가 아프다. 나름 성의껏 액수를 제시했지만 이런 반응에 한없이 부족한 것 같다. 그런데 냉정히 평가해보면 시장 가치 이상의 금액을 충분히 책정했다. 지난 계약에 대한 만회,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대우 등이 충분히 고려가 됐다는 것이다. 구단도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의 필요성을 선수 본인에게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유의 신분이 될 수 있는 선수의 선택이다. 선수가 만약 다른 팀에 더 좋은 조건으로 갈 수 있다면 가는게 맞다. 그걸 가지고 욕하면 프로가 아니다. 새로운 곳에서 잘 될 수 있도록 박수를 쳐주는게 맞다. 이 과정에서 원소속구단이 선수를 서운하게 할 만한 계약 조건으로 떠나보낸 것이라면 지켜보는 입장에서 충분히 비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원소속구단이 얼마만큼 성의를 보이고 협상에서 최선을 다했는지 확인을 한 후 해도 늦지 않다. 오히려, 주변에서 선수가 분위기 탓에 냉정함을 잃어 혐상에 방해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구단도, 박용택 선수 개인도 만족할 수 있는 금액으로 계약이 마무리 돼 박용택이 마지막까지 LG 프랜차이즈 스타로 업적을 쌓아가는 것이다. 양쪽의 협상 결과가 매우 궁금해진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