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맞지 않는 큰 돈을 써서 데려와야 하고 터무니없는 적은 돈을 받고 선수를 내줘야 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한국프로야구 시장이다. 좋은 FA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선 보통 시장에서의 가치 이상의 돈을 줘야만 가능하다. 지난시즌이 끝난 뒤부터 FA시장이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해 롯데 강민호가 4년간 75억원이란 역대 최고 금액에 사인을 했고, 정근우는 70억원에 한화로 이적하며 내야수 최고액, 이용규는 67억원이란 외야수 최고액에 둘 다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삼성 장원삼은 4년간 60억원으로 역대 투수 최고액을 기록하며 했다. 이번 FA 시장 역시 광풍이 계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려 19명이라는 역대 최다 FA 신청자를 기록한 것 자체가 선수들이 FA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원준이나 윤성환 안지만 최 정 김강민 등 대어급이 즐비하고 조동찬 권 혁 송은범 등 준척급 선수들도 많다. 영입하는 팀은 그만큼 전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고 뺏기는 팀은 그만큼 전력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늘어나는 프로야구 인기에 팬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구단이 팬들의 눈치를 보는 시대가 돼 4강 이상, 우승을 원하는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큰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김광현과 양현종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입찰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년전인 2012년 말 LA 다저스가 한화 구단에 제시한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은 2573만7737달러였다. SK나 KIA가 류현진 정도의 금액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광현을 영입하려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200만달러를 제시했고, 양현종에게 러브콜을 보낸 미네소타 트윈스도 그정도 액수 인것으로 알려졌다. 류현진의 10분의 1도 안되는 금액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SK는 김광현의 바람대로 샌디에이고의 200만달러를 수락했다. 앞으로 김광현이 샌디에이고와의 협상에 성공해 입단한다면 SK는 약 20억원을 받고 김광현을 샌디에이고에 내주게 된다. KIA도 고민을 하고 있는 상태인데 양현종은 구단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
kt 위즈가 오는 11월 29일까지 9개 구단의 20명 보호선수 외 1명씩을 지명해 데려갈 수 있는데 대신 선수 1명당 10억원씩을 줘야 한다. 즉 각 구단과 10억원의 현금트레이드를 하는셈이다.
한국 1군 엔트리가 26명이니 20명 보호선수 외 1명을 데려가는 것은 곧 1군에서 뛰는 즉시 전력 선수를 데려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선수를 주고 10억원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구단이 김광현을 20억원에 현금트레이드를 하자고 하면 SK가 과연 OK할까.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이 시즌 뒤 일본 한신 타이거즈에 진출할 때 이적료는 5000만엔(약 5억원)에 불과했다. 분명히 턱도 없는 이적료임엔 분명했다. 하지만 삼성엔 적은 이적료에도 OK할 수 있는 명분이 있었다. 바로 삼성이 3연 연속 통합우승을 했던 것. 그리고 거기에 오승환의 기여도가 상당했음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삼성은 그렇게 오승환의 해외진출을 적극 돕겠다고 했고 그래서 이적료를 크게 요구하지 않았다.
전력 약화가 뻔한데 SK는 김광현을 200만달러란 '헐값'에 내줘야 할판이다. 그리고 빈 전력을 메우기 위해서 그보다 훨씬 큰 돈을 써야한다. 프로야구가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다보니 생길 수 있는 일. 즉 구단의 이미지가 그룹의 이미지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돈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 행동을 할 수 있다.
히어로즈 강정호의 포스팅이 궁금해진다. 넥센은 다른 9개 구단과 달리 모기업이 없다. 네이밍 스폰서인 넥센을 비롯해 무려 100개의 스폰서가 히어로즈의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 팀의 중심타자인 강정호의 포스팅 입찰액에 따라 히어로즈가 어떤 선택을 할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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