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우승 도전'. 넥센 히어로즈의 포스트시즌 슬로건이었다. 첫 번째 도전은 아쉽게 실패로 돌아갔지만, 언제든 우승에 도전할 전력으로 성장한 건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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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7년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현대 유니콘스 해체 후 선수단을 인수받아 창단한 히어로즈는 초기에만 해도 구단 운영비가 부족해 선수를 팔아 연명한다고 눈총을 받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하지만 모기업이 없는, 야구단 자체가 하나의 기업인 히어로즈는 프로야구에 새로운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 운영상의 난맥은 있었지만, 네이밍 스폰서를 비롯한 각종 스폰서십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넥센이 돈벌이에만 집중한 건 아니다. 적극적인 트레이드로 선수단을 재편해갔다. 특히 타자친화적인 목동구장에 맞춰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을 대거 주전으로 길러냈다. 트레이드와 육성을 통해 확실한 팀 컬러를 만들어간 셈이다.
MVP 후보를 4명이나 배출한 2014년, 넥센은 분명 위대했다. 고만고만한 선수들을 데리고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에서 어느덧 스타플레이어들을 다수 보유한 강팀으로 성장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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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트레이드와 육성을 통해 유능한 타자들은 많이 길러냈지만, 투수 쪽은 그렇지 못했다. 쓸 만한 투수들은 트레이드 카드로 써버렸고, 남은 유망주들의 성장은 더뎠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그동안 사장됐던 '3선발 체제'를 꺼낸 것은 사실 고육지책이었다. 넥센의 부족한 선발투수 풀을 증명했다.
넥센의 포스트시즌 마운드를 이끈 이들은 선발 세 명과 필승조 세 명, 단 6명에 그친다. 이중 외국인 선수 밴헤켄과 소사를 제외하면, 토종 투수는 단 네 명이다. 넥센이 만든 '쓸 만한' 투수가 고작 네 명에 그쳤다는 것이다. 막강한 화력을 과시했던 타선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넥센은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면서도 선발투수 부재에 시달렸다. 포스트시즌 3선발 오재영과 부상으로 한국시리즈 때부터 합류한 문성현은 시즌 도중 '미니 스프링캠프'를 다시 치를 정도로 기대에 못 미쳤다. 그들의 공백을 메웠던 신인 우완 하영민, 좌완 금민철, 언더핸드스로 김대우는 여전히 가능성을 보인 수준이다. 강윤구 장시환 등 오랜 유망주들은 한계점만을 노출했다.
그래도 넥센은 최근 2년 동안 신예들을 길러내며 마운드에서도 희망을 찾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너무나 쉽게 무너졌을 불펜을 지켜준, 한현희와 조상우가 그들이다. 특히 조상우는 신인이던 지난해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훈련한 효과가 컸다. 1군 등판 없이 코칭스태프가 1군에서 직접 관리하며 2014년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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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 아픔 속 얻은 소득, 성장할 히어로즈
"한국시리즈 준우승은 그냥 패배일 뿐이다", "우승이 좌절되는 순간은 정말 비참하고 허무하다".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와 염경엽 감독의 말이다. 넥센은 첫 번째 도전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그들의 말처럼 아픔만이 남을 것이다.
하지만 넥센은 충분한 기초체력을 길렀다. 극명한 약점으로 드러난 마운드만 보강해 나간다면, 언제든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 그리고 패배 속에서 희망도 찾았다.
부진했던 넥센 타선 속에서 3번 타자 유한준은 유독 빛났다. 그동안 소리 없이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존재감 만큼은 다른 타자들에 비해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한준은 이번 한국시리즈서 타율 3할3푼3리(21타수 7안타) 2홈런 5타점으로 팀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과 타점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2홈런을 포함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만 4개의 대포를 쏘아 올렸다.
유한준은 '승부를 결정 짓는 선수'라는 인상이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넥센의 강타선의 확실한 옵션으로 자리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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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자신만의 투구폼을 완성시킨 손승락의 내년 시즌이 더욱 기대된다. 또한 외국인 선수 밴헤켄과 소사 역시 3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어려움을 이겨냈다. 내년 시즌에도 든든한 원투펀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