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넥센, 박병호-강정호 홈런을 기다리는 이유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10-28 12:05 | 최종수정 2014-10-28 12:05


넥센 히어로즈의 4번타자 박병호와 5번타자 강정호는 올시즌 각각 52개, 40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박병호는 2003년 이승엽과 심정수 이후 사라졌던 50홈런 계보를 11년만에 이었고, 강정호는 유격수 최초 40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둘이 합작한 홈런은 총 92개. 이는 팀 홈런 최하위 LG 트윈스의 90개보다 많은 수치다. 공교롭게도 넥센의 플레이오프 상대는 LG다.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이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2회말 무사 넥센 박병호가 좌익수앞 안타를 치고 있다.
5전 3선승제로 치러지는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선발로 LG는 우규민을 넥센은 소사를 내세웠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10.27/
단기전에서 홈런은 분위기를 뒤집는 가장 큰 요소가 된다. 한 방에 승부의 향방이 갈릴 수 있다. 이미 준플레이오프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최경철이나 스나이더의 홈런이 경기, 그리고 시리즈 향방을 좌지우지한 사례가 있다.

플레이오프 1차전도 다르지 않았다. 2-3으로 뒤진 6회말 1사 2,3루서 대타로 나선 윤석민이 결승 스리런포를 터뜨렸다. 이 한 방으로 경기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거포들은 침묵했다. 물론 박병호와 강정호는 각각 1안타, 2안타씩을 기록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아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중심타자로 성장한 둘은 지난해 데뷔 처음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박병호는 지난해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포스트시즌 데뷔 타석에 홈런을 날린 10번째 선수가 됐다. 첫 경기, 첫 타석부터 홈런포로 가을야구 데뷔를 신고한 것이다.

이후 두산은 고의4구를 비롯해 의도적으로 박병호와의 승부를 피하며 그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했다. 박병호는 마지막 5차전 때는 0-3으로 끌려가던 9회말 2사 1,2루에서 극적인 동점 스리런홈런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가기도 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서 박병호는 타율은 2할(20타수 4안타)에 그쳤지만, 결정적인 홈런 두 방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반면 강정호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서 타율 1할3푼6리(22타수 3안타)에 그쳤다. 무엇보다 홈런과 타점이 하나도 없었다. 국제대회 때 맹활약하며 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것이라 보였지만, 이상하리만큼 부진했다.


2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LG와 넥센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렸다. 8회초 1사 1루서 넥센 손승락이 LG 이진영을 병살처리한 후 유격수 강정호와 환호하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uyngmin@sportschosun.com / 2014.10.27.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박병호와 강정호가 살아난다면, 넥센은 보다 쉽게 경기를 펼칠 수 있다. 둘은 넥센 타선의 '핵심'이다. 이들의 장타가 터지기 시작하면, 점수를 짜낼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다소 불안요소가 있는 마운드 운용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박병호에게는 지난해 강렬한 포스트시즌 데뷔에도 상대의 집중견제로 인해 남은 아쉬움을 떨쳐낼 기회다.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는 강정호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포스트시즌에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과연 박병호와 강정호의 홈런포는 언제 터질까. 이들의 홈런포가 터지는 날, 넥센으로선 마지막 남은 심적 부담감을 털어내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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