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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말을 해야하죠?"
지난 2월 LG 트윈스의 오카나와 스프링캠프. 기자는 약 2주간 캠프에 머물며 LG 선수단을 취재했습니다. 그 때 처음 만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가 바로 최경철이었습니다. 스프링캠프가 좋은 것은 스타 선수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시즌과는 달리, 많은 선수들과 이것저것 얘기를 나눠볼 수 있다는 점인데요, 만년 백업 포수로 살아 인터뷰 경험이 많지 않았던 최경철의 입장에서는 편한 분위기 속에 대화도 많이 어색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외모는 '상남자'인데 평범한 질문에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그래도 최경철이라는 존재가 확실히 각인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야구 열정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그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진지한 설명을 해줬습니다. "정말 오랜시간 1군 선수를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나는 유니폼을 벗는 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준비할겁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기회가 한 번 오지 않을까요." 뛰어난 말솜씨는 아니더라도, 투박했던 말투 속에 그가 프로선수로서 얼마나 성공하고 싶고, 그 성공을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최경철은 최경철입니다. 순수하고 꾸밈이 없습니다. 최경철은 "저는 그냥 중간이 좋아요. 내가 주목받는 것 보다는 조용히 팀을 위해 플레이하고, 우리 팀이나 다른 선수들이 조명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저 너무 띄워주지는 마세요"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야구를 하는데 어떻게 띄워주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그는 결국 준플레이오프 MVP로 최고 단상에 섰습니다. 누가 띄워줘서 그렇게 된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최고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늦깎이 스타' 최경철의 미래는 더욱 밝아보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준플레이오프 MVP라는 것이 별 것 아닌 상일 수도 있겠지만, 최경철에게는 인생 최고의 기쁨을 누리게 해준 상일겁니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신바람이 난 최경철의 플레이가 벌써부터 연상되는 것은 저 뿐일까요?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