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근 감독 선임의 배경과 고민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4-10-26 09:42


한화 이글스가 김성근 감독을 제10대 사령탑에 임명했다. 체질 개선과 성적 향상이라는 목표가 주어졌다. 올시즌 잠실구장을 찾은 김 감독. 스포츠조선DB

결국 결론은 체질 개선과 성적 때문이었다. 한화 이글스가 새 사령탑에 김성근 전 고양 원더스 감독을 선임했다. 한화는 지난 25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팀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위해 제10대 감독으로 김성근 감독을 선임하고, 3년간 총액 20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그룹의 지시를 받은 한화 구단 수뇌부는 지난 23일 처음 접촉한 뒤 이날 김 감독과 직접 만나 계약 내용을 조율하며 선임을 마무리했다. 당초 구단이 염두에 둔 새 사령탑 후보는 김 감독이 아니었다. 내부 승진을 통해 안정적인 변화를 모색하려고 했다. 한용덕 단장특별보좌와 이정훈 2군 감독이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룹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최근 여론의 추이를 보고받은 김승연 회장이 김성근 감독 영입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올시즌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3년 연속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승부사' 김응용 감독을 앞세워 리빌딩과 성적을 모두 이뤄보려 했지만, 근본적인 전력 부족과 선수단 전체에 퍼진 자신감 결여를 극복하지 못했다.

구단으로서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을 감독 자리에 앉혀 리빌딩과 성적 뿐만 아니라 흥행까지도 이뤄보려 했다. 그러나 '팬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대대적인 체질 개선과 성적 향상을 위해서는 '승부사 김성근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는 여론몰이가 시작됐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김성근 감독 모시기' 서명 운동까지 벌어졌고, 한화 그룹 서울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는 팬들도 생겨났다.

시즌 종료후 시간만 흘러가고 마무리 훈련 시점(29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구단과 그룹 내부에서도 획기적인 체질 개선과 팬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김 감독 영입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한화 노재덕 단장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일단 팀이 아직은 덜 된 것 같고, 김 감독을 믿어보고 맡겨보려고 하는 것이다.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감독께서 벌써 오늘부터 연구를 시작한 듯 하다. 우리 팀 기록도 찾아보시고 나름대로 마무리 캠프 구상도 들어가신 걸로 알고 있다. 일단 선정을 했으면 믿고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노 단장은 이어 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내부적으로 그룹 관계자들이 모여서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우리 이글스는 성적에 목말라 있다"며 "감독님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있고 비판도 있는 것으로 안다. 야구쪽으로는 최고의 열정을 가진 분 아닌가. 세밀한 야구, 이기는 야구를 하시는 분"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 2011년 SK 와이번스 감독을 끝으로 프로 현장을 떠났던 김 감독은 3년만에 돌아와 독수리 유니폼을 입었다. 김 감독은 지난 1984년 OB 베어스를 시작으로 태평양 돌핀스, 삼성 라이온즈, 쌍방울 레이더스, LG 트윈스, SK에 이어 자신의 통산 7번째 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김 감독은 통산 2327경기에 출전해 1234승1036패57무(승률 0.544)를 기록했고, 2007~2008년, 2010년 SK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3차례 이끌었다.

한화는 새로운 코칭스태프 조각은 전적으로 김 감독에게 일임했다. 오는 28일 대전에서 취임식을 갖는 김 감독은 선수단과 상견례 후 본격적인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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