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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마, 저거. 석민이가 없어서 그런다."
이런 나바로의 변신은 상당히 낯설다. 류중일 감독도 그런 나바로를 보더니 "(단짝인) 박석민이 없어서 저런 거 같다"고 해석했다. 마음이 통하고, 장난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가 사라지자 나바로가 의기소침해 있다는 뜻.
사실 나바로가 삼성에 일찍 적응하고, 또 잠재력까지 폭발시킬 수 있던 원동력은 박석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들의 사이는 남달랐다. 함께 장난을 치는가 하면, 때로는 티격태격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말은 늘 유쾌한 함박웃음이었다. 류 감독은 "평소에 석민이와 같이 장난치고, 싸우고 그렇게 정이 들었는데 막상 덕아웃에 석민이가 빠지니까 나바로도 기운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짝패'가 사라지니 외로웠던 것.
하지만 나바로의 이런 분위기 변화가 꼭 박석민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류 감독의 말도 어느 정도는 농담이 섞인 답변이다. 그보다는 최근 삼성 덕아웃의 침체된 분위기가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적합하다.
삼성은 최근 5연패에 빠지며 정규시즌 우승 확정 매직넘버를 계속 줄이지 못하고 있었다. 자칫 2위 넥센 히어로즈에 역전 우승을 내줄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상당수 삼성 선수들이 "이러다 큰 일 날 수 있다. 마음 놓아선 안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아무리 외국인 선수일지라도 이런 분위기에서 장난치고 웃을 순 없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팀워크에 저해될 수 있다는 걸 나바로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나바로의 침묵은 결국 삼성 선수들의 위기감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