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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경기. 관중들도 동원된 지역 중고생들 뿐이었다. 경기를 자세히 지켜보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하지만 경기를 치르는 태국과 홍콩 양팀 선수들은 뜨거웠다. 눈물겹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혈전이었다. 서로가 1승 제물. 그들에게는 맞대결이 결승전과 다름 없었다.
양팀의 실력이 거의 엇비슷했다. 투수들의 평균 구속, 타격-수비 능력 등 거의 판박이였다. 그래서 경기가 재밌게 전개됐다. 태국이 1회 선취점을 내며 기선을 제압하는가 했더니, 홍콩이 타선의 응집력을 바탕으로 2회와 3회 연속 2득점씩 하며 4-1로 앞서나갔다. 그러자 태국도 질 수 없다는 듯 3회 2점을 내며 3-4로 추격을 했다. 4회초 종료 후 5-3 홍콩 리드, 4회말 종료 후 6-5 태국의 역전, 5회초 종료 후 7-6 홍콩의 재역전, 5회말 종료 후 8-7 태국이 다시 한 번 역전을 하는 숨막히는 승부가 이어졌다.
그러다 승기를 가져온 쪽은 태국. 태국은 6회 마운드에 오른 에이스 시라폽을 앞세워 6, 7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 사이 타선이 6회 3점을 내며 11-7로 달아났다. 시라폽은 2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경기에서도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3회부터 2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는 깜짝 호투로 5회 콜드게임 패를 막아냈던 태국의 영웅이었다. 시라폽은 홍콩전에서도 승부처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내며 귀중한 1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태국은 시라폽에 이어 대만전 선발로 나섰던 파누왓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태국은 8회 쐐기점 2점을 더해 13-7 스코어를 만들었다. 9회에는 차나팁이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스포츠에서는 실력, 승리가 분명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승부 이전에 순수한 열정으로 흘리는 땀방울의 가치가 더욱 소중하다. 양팀 선수들이 스포츠, 그리고 축제인 아시안게임의 본질을 잘 살려줬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