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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이 내보낸 차명석 다시 모셔온 LG, 왜?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9-14 06:43



차명석 MBC 스포츠+ 해설위원이 한 시즌 만에 전격 현장 복귀를 한다. 그 무대는 어디일까. 자신의 고향 LG 트윈스다.

차 위원은 13일 잠실 LG 트윈스-삼성 라이온즈전 현장 중계를 끝으로 해설위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일신상의 이유라고 했지만, 차 위원은 아시안게임 휴식기부터 LG 선수단에 합류해 선수들을 지도한다. 투수코치직이 아니다. 현재 공석인 수석코치직이다.

아직 시즌중인데...무슨 일?

프로야구 해설위원이 아직 시즌이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일을 그만둔다는 곳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 그리고 방송사는 그렇게 떠나가는 사람을 아름답게 포장해주는 것. 상호 깔끔한 합의가 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전직 코치의 의지를 쉽게 꺾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야구인들이 매순간 꾸는 꿈은 돈이 아니다.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서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즌 중에, 그것도 시즌 막판에 팀에 새로운 수석코치가 합류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양상문 감독은 부임 후 수석코치 자리를 비워뒀다. 시즌 도중 부임했다. 그리고 부임 첫 해인데다가 당시에는 성적에 큰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색깔을 무리하게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올시즌 종료 후 자신과 맞는 수석코치를 데려오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LG는 현재 처절한 4위 경쟁중이다. 아시안게임 휴식 후 그동안 치러온 118경기보다 더 중요한 10경기를 치러야 한다. 양 감독은 누구보다 LG 팀 사정을 잘 알고있는 차 위원이 필요했다. 양 감독이 꾸준하게 차 위원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차 위원 입장에서도 아쉬울 게 없는 선택이었다. 감독 바로 밑, 수석코치직이다. 승진이다. 그것도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선수 시절부터 뼈를 묻어온 LG다. 선수 시절 화려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프랜차이저 선수, 지도자로서의 좋은 이미지를 이어갈 수 있다.

단, 애매한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해설위원을 하던 신임 코치가 시즌 막판 갑자기 유니폼을 입고 덕아웃에 있는 모습이 어색할 수 있다. 잘나가는 팀 분위기에도 미묘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야구에서 팀 케미스트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당장 투수 전문가인 차 위원이 수석코치로서 투수 파트 코치들에게 어느 정도 힘을 실어줄지 알 수 없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차 위원은 현장에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가교 역할을 하고, 정식 경기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 문제는 전적으로 양 감독이 풀 숙제다.


자신들이 내보낸 코치 다시 모셔온 LG.

LG 팬들은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1위를 이끈 차 코치의 복귀에 대해 열렬한 환영의 뜻을 나타낼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조금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차 위원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잔류군 총괄 코치로 보직을 이동하기로 했다. 건강상의 이유였다. 차 위원은 지난 시즌 도중 신장 악성 종양 제거 수술로 한동안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담당 의사가 "내년은 스트레스 받지 말고 1년 푹 쉬어라"라고 조언했다. 때문에 김기태 전 감독은 팀을 떠나겠다는 차 위원에게 "잔류군에 가있으라"라고 지시를 했다. 푹 쉬며 야구 공부를 하되, LG 유니폼을 입고 있으라는 얘기였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팩트다. 하지만 얼마 후 갑작스럽게 일신상 이유를 들며 사의 표시를 했고, 구단은 이를 받아들였다. 아무리 건강 문제가 있고, 개인 사정이 있었다고 하지만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이끈 코치가 떠난다고 하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보내는 구단의 태도는 문제가 있었다. 실제, 미국 전지훈련 도중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 전 감독은 현지에서 분을 참지 못하고 구단에 강력하게 항의를 했었다. 이 과정에서 야구계에는 구단과 차 위원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됐었다. 구단이 차 위원을 서운하게 만들었고, 여기저기 인기 상종가였던 차 위원도 구차하게 LG에 남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고위 프런트가 차 위원이 떠나도 팀 평균자책점 1위가 됐으니 투수진이 금방 망가지겠느냐는 생각을 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건강, 개인 신상 문제도 핑계처럼 들릴 수 있는 것은 차 위원이 곧바로 MBC 스포츠+ 측과 계약을 맺고 해설위원 행보를 걷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장 만큼은 아니지만 해설위원 활동도 엄청난 체력 소모와 함께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현장 중계에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해설 등 오히려 코치 시절보다 더 바쁜 생활을 해야하기에 시간적 문제도 얘기가 안된다.

어찌됐든, 어색한 관계가 될 수 있었던 LG 구단과 차 위원이 다시 의기투합하게 됐다. 결국, 현장에 있는 양 감독의 강력한 요청에 구단도 이를 수락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양 감독이 꼴찌팀을 4위까지 올려놓았는데, 뭐라도 해줘야 할 상황이다. 결국, 자신들이 내보낸 사람을 다시 정중하게 모셔오는 웃지 못할 그림이 완성됐다.

아직 복귀가 100%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구본준 구단주에게 최종 사인을 받아야 한다. 물론, 현장에서 최종 합의가 된 사안이다. 구단주가 사소한 코치 선임 문제에 반대표를 놓는 촌극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에 차 위원의 현장 복귀는 99% 확정이라고 보면 되겠다.

과연, 차 위원의 수석코치로의 현장 복귀는 향후 LG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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