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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의 2014시즌은 점점 암울해지고 있다. 사실상 '4위 전쟁'에서는 밀려난 상태다. 심지어 현재는 '꼴찌 추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까지 됐다. 4위 LG 트윈스에는 무려 4.5경기차이로 뒤떨어져 있고, 최하위 한화 이글스에는 불과 1.5경기로 쫓기고 있다.
그런데 이런 투수진의 몰락을 순전히 투수에게서만 찾아야 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투수 부진의 상당 부분은 포수와의 호흡 문제에서도 발생한다. KIA가 바로 그렇다. 시즌이 마무리되는 현 시점에서 따져보면 흔들리는 투수들을 안정감있게 끌고갈 만한 포수 전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투수의 구위가 좋지 않을 때 타자의 허를 찌르는 볼배합을 낸다든가, 혹은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투수들을 다독여줄 수 있는 역량이 크게 떨어졌다.
그 대표적인 장면이 10일 광주 LG전에서 드러났다. 이날 KIA 선발 임준섭은 1회까지는 안정적인 호투를 했다. LG 상위타선을 만나 불과 14개의 공만 던지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그런데 2회가 되자 제구력을 갑자기 잃어버렸다. 선두타자 이병규(7)와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내준 게 화근이었다. 이후 임준섭은 내야땅볼 폭투, 볼넷, 더블 스틸 허용, 연속 4안타로 5점을 내주며 무너지고 말았다.
무엇보다 임준섭은 이제 겨우 2년차 투수다. 얼마든지 심리적인 동요에 휩싸일 수 있다. 그럴때 1차적으로 포수가 도와야 한다. 하지만 이날 선발 포수인 차일목은 그 시점에 적절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볼배합을 전면 수정하거나 마운드 위에 올라가 임준섭을 안정시켜주는 식으로 위기 돌파의 실마리를 만들어줘야 했지만 그게 안됐다.
물론 차일목도 그런 노력을 아예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러나 효과가 없었다. 이건 결국 투수와 포수 사이의 신뢰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거나 차일목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KIA 선동열 감독이 임준섭을 교체하며 차일목까지 바꾼건 이에 대한 질책의 의미도 있었다.
올해 KIA 포수진은 9개 구단 중 가장 낮은 도루 저지율을 보여줬다. 기본적으로 송구 능력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볼배합이 상대 타선의 허를 찌르는 것도 아니다. 이런 문제는 결과적으로 현재 KIA 몰락의 단초를 제공했다.
더 심각한 건 이런 현상이 내년 시즌에도 쉽게 해결될 기미가 안보인다는 것. 부지런히 세대교체를 노렸지만, 사실상 KIA에는 차일목의 뒤를 이을 포수가 없다. 베테랑 이성우나 젊은 피 백용환 등은 냉정히 말해 포수로서는 평균에 못 미치는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 백용환은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기만 하다. 때문에 과감한 트레이드나 FA 영입을 통해 현 상황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KIA는 내년에도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