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한다. 그러나 야구공은 둥글다. 어떤 결말이 준비돼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넥센은 지난 5월에만 11승13패로 5할 승률을 밑돌았을 뿐 나머지 달엔 모두 5할을 넘겼다. 7월과 8월엔 모두 월 승률 1위에 올랐다. 9월 역시 마찬가지. 최근 3연승으로 5승1패의 파죽지세다. 특히 9월엔 주축 타자인 강정호가 빠졌음에도 전혀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투-타의 조화가 좋다. 최근엔 특정 팀에 약한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8월 이후 성적을 보면 LG에만 2승3패로 뒤져있을 뿐 다른 팀엔 모두 5할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NC에 5승11패로 상대전적에서 크게 열세를 보였는데 8월 이후엔 2승2패로 호각세를 보이며 NC에 대한 두려움도 떨쳐내는 모습이다.
반면 삼성은 8월 들어 성적이 떨어졌다. 10승9패로 간신히 5할 승률을 넘었다. 9월엔 3승1무1패로 그나마 다시 올라오는 느낌. 하지만 9일 NC전서 역전패를 하는 등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예전엔 질 것 같았던 경기도 이기면서 강인함을 보여줬지만 지금은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치면서 패전이 쌓였다.
삼성이 유리한 것은 KIA와 7경기나 더 해야한다는 점이다. 11∼12일 경기를 치른 뒤 10월 잔여경기에서 5경기를 더 한다. KIA가 8위로 처져 있는 상황이라 다음 시즌을 준비할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기에 삼성으로선 승리를 챙기는데 더 유리할 수 있다. 넥센이 잔여경기가 적어 일정에 따라서는 원투펀치의 등판이 많아져 승을 더 따낼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은 5명의 선발이 모두 좋은 편이라 경기가 많은 것에 대한 부담이 적다.
시즌 막판이라 2.5게임차도 꽤 크다. 삼성이 남은 경기서 반타작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남은 17경기서 8승1무8패의 성적을 거둔다고 하면 78승4무46패가 된다. 승률이 6할2푼9리다. 넥센이 이를 뛰어넘으려면 12경기서 9승3패를 해야한다. 현재 삼성의 상황을 보면 5할 이상을 할 가능성이 높기에 넥센으로선 거의 전승을 각오해야 한다.
통합 3연패를 만들어온 삼성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풍부한 경험과 자신감도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라는 전문가의 평가도 많다. 삼성이 통합 3연패를 쉽게 한 것이 아니라 많은 위기를 넘기면서 이룩한 것이다. 지난해엔 시즌 끝까지 1위를 장담할 수 없었고, 한국시리즈서는 1승3패의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3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런 경험이 위기의 순간에 나온다는 점이 삼성을 쉽게 볼 수 없게 한다.
넥센 염경엽 감독 역시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10월 잔여경기서 삼성이 우리보다 3경기가 더 많기 때문에 1.5게임차가 더 난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게 되면 4게임차가 되는데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4게임차를 뒤집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3위 NC를 집중적으로 분석할 뜻을 내비치며 플레이오프를 준비할 것임을 밝혔다.
삼성의 독주로 싱겁게 끝날 것 같았던 올시즌 막판 넥센의 추격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이지만 팬들에겐 재밌는 순위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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