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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4위 경쟁, 결국은 전력 아닌 심리전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9-10 06:43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SK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8대2로 SK가 승리한 후 두산 홍성흔이 박진만과 8회초 임훈의 도루에 대해 언쟁을 벌이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9.06.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한지붕 라이벌로 압축되는 듯 했던 2014 시즌 페넌트레이스 4위 싸움. 하지만 1주일 새 다시 진흙탕이 됐다. 잘나가던 두 팀이 나란히 3연패에 빠지며 주춤하는 사이 복병이던 SK 와이번스가 4연승으로 치고 올라왔다. 이 뿐 아니다. 4위 LG와 8위 KIA 타이거즈의 승차는 고작 3.5경기. 최하위 한화 이글스를 제외하면 어느 팀 하나 4위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있다. 도대체 4위 경쟁이 왜 이렇게 혼란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켜보는 팬들은 재밌지만 현장은 피가 마른다.

정확히 1주일 전인 9월3일 기준. 순위를 보면 4위 LG-5위 두산-6위 롯데-7위 SK-8위 KIA 순이었다. 승차는 4위 LG와 8위 KIA가 5경기. 그리고 LG와 7위 SK가 3경기였다. LG가 상승 분위기 정점을 찍는 상황이었고 뒤처지던 두산이 4연승을 거둬 LG를 1경기로 추격했던 상황이다.

LG와 두산의 4위 대결로 압축되는 분위기였다. 특히, 4일과 5일 양팀의 맞대결이 있었기에 경쟁 분위기는 더욱 뜨거웠다. 조금 섣부른 감도 있었지만 양팀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 것은 이유가 있었다. 객관적 전력 때문이다. 투-타 전력 모두에서 확실히 경쟁팀들에 앞서는 두 팀이었다. LG의 경우 선발진이 안정화되는 가운데 불펜이 리그 최강 전력을 과시했다. 두산의 경우 타선의 짜임새가 좋고 선수들의 큰 경기 경험이 많다는 것이 엄청난 플러스 요소였다. 양팀의 전력에 하위 팀과의 승차, 분위기라면 4위 대결이 양팀의 맞대결로 압축된다고 해도 크게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1주일 후, 엄청난 반전이 일어났다. LG와 두산이 나란히 추락했다. 양팀 모두 3연패의 늪에 빠졌다. 일단 맞대결 2연전에서 너무 긴장하고, 너무 힘을 뺀 것이 다음 경기 지장을 줬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LG의 경우, 두산전 1승1무 성공으로 선수들의 긴장감이 풀렸을 수 있고 두산의 경우 반대로 LG전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며 '이제 4강은 끝이 아닌가'라는 패배감에 젖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상위 팀들이 흔들리자 하위 팀들은 4위 자리를 포기할 수 없게 됐다. 두 팀 중 한 팀이라도 치고 올라갔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 희망의 틈이 보이자 그 틈 속으로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특히, SK의 경우 4연승을 달리며 5위 자리를 확보하는데 이어 LG를 0.5경기 차로 추격하게 됐다. 그렇다고 SK의 전력이 이전과 비교해 크게 나아진 것은 없다. 다만, 최근 경기 선수들이 똘똘 뭉치고 있는 모습은 확실히 보인다. 9일 경기 중요했던 롯데전에서 신예 투수 문광은이 감격의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 연승이 이어진다. 4강은 밥먹 듯이 가던 SK 선수들이기에 지금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결국 심리 싸움에서 무너지지 않는 팀이 4위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4위 경쟁 팀들 가운데, 이 부분에서 어느 한 팀이 확실히 앞선다고 꼽기는 힘들다. LG와 두산이 흔들리듯 SK도 또 흔들릴 수 있다. 8위 KIA가 4위 LG와의 2연전을 모두 잡는다면, 다시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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