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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시즌 중 치르는 한 경기일 뿐이다."
LG 양상문 감독, 두산 송일수 감독과 양팀 선수들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평소와 다를게 없다. 늘 하던대로 경기를 치를 것'이라는 뉘앙스를 약속이나 한 듯 풍겼다. 하지만 양쪽 덕아웃 모두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긴장감을 숨길 수는 없었다. 묘한 전운이 감돌았다.
선수들의 긴장은 플레이에 그대로 묻어났다. 최고의 외국인 투수라는 두산 니퍼트도 제구가 흔들렸다. 하지만 야수들의 긴장도가 더했다. 타석에서 방망이를 돌리는 모습이 어색했다. 힘이 잔뜩 들어가 스윙 밸런스가 무너졌고, 너무 복잡한 생각을 하다 스탠딩 삼진을 당하기도 했다.
LG도 마찬가지였다. 6회초 선두타자 칸투를 볼넷으로 내보낸 후, 1사 상황서 오재원이 볼넷을 얻을 때였다. 1루주자 칸투가 뛰었다. 굳이 포수 최경철이 2루 송구를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최경철이 송구를 해 인플레이 상황이 됐고, 이 송구를 유격수 오지환이 놓치며 1사 1, 2루 상황을 1사 1, 3루로 만들어주고 말았다. 이어 3루수 손주인이 양의지의 땅볼 타구에 실책을 저질러 상대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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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도, 경기 내용도 플레이오프 경기 못지 않았다. 시종일관 긴장감이 맴돌았고, 팬들의 함성 소리도 평소 페넌트레이스 경기와 달랐다. 팬들마저 이 경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양팀은 연장 12회까지 피말리는 경기를 했다.
이런 경기에서는 찬스가 많이 오지 않는다. 몇 번 없는 찬스를 어떻게 살리느냐가 관건인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LG가 이기는 듯 했다. LG는 오지환의 선제 솔로포가 터진 4회 확실하게 두산을 몰아붙였다. 역시 큰 경기는 베테랑들이 중요했다. 2사 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정성훈이 안타로 출루했다. 박경수의 사구로 이어진 찬스. 앞선 두 타석에서 잔뜩 힘이 들어가 2개의 내야 플라이를 쳤던 박용택이 언제 그랬냐는 듯 정확한 컨택트로 우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이병규(7번)는 1루 땅볼을 치고도 끝까지 전력질주해 쐐기점을 내는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두산도 힘이 있었다. 강팀이었다. 2-3으로 지는 듯 했지만 9회 김현수가 마무리 봉중근을 상대로 동점 솔로포를 때려냈다. 11회초 무사 만루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운 대목이었지만, 이런 경기에서 9회 동점을 만들었다는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어쨌든 양팀은 소득 없는 혈전을 벌였다. 마치 향후 4위 싸움이 이만큼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