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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분명히 LG를 돕고있다. 하지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8-20 10:51 | 최종수정 2014-08-20 10:51


19일 목동구장에서 프로야구 넥센과 LG의 주중 2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LG가 넥센에 7대5로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종료 후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LG 선수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8.19

치열한 4강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 트윈스. 드디어 자신들의 위에만 있던 롯데 자이언츠를 넘어섰다. 두산 베어스가 반경기 차 4위로 올라가 아직 끝은 아니지만, 분명히 희망적인 신호다.

그렇다고 즐거워할 수 만은 없다. 분명 LG쪽에 운이 따르고 있다. 하늘도 도와주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이 운에만 의지할 수 없다. 확실한 4강 팀이 되려면 극복해내야 할 문제들이 산더미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통하는 곳은 스포츠의 세계밖에 없다.

LG가 잘해 순위가 올라왔을까

팬들의 모든 관심이 4위 싸움이 쏠려있는 만큼, 이에 대한 현장의 관심도 뜨겁다. 현장에서 일하는 코칭스태프, 선수들, 그리고 해설 위원 등은 어느 팀의 4강 진출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볼까. LG가 가장 많이 꼽힌다. 어려운 질문이라고 하면서도 "결국 투수가 센 팀이 마지막 승자가 되지 않겠나"라는 결론이 입을 맞춘 듯 나온다.

꼴찌에서 4위 후보까지 치고 올라왔다. 5할 승률 기준, -16승까지 갔던 최악의 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46승1무54패 -8승까지 줄인 상태. 중요한 건 LG가 잘한 게 아니다. 스포츠조선은 지난달 18일 LG의 4강 진출 현실성에 대한 기사를 게재(4면)했었다. 당시 성적이 5할 승률 기준 -9승이었다. 1달이 넘는 시간 동안 LG는 -9승에서 -8승으로 단 1승을 더한 것밖에 안된다. 하지만 당시 3.5경기 차던 4위 팀과의 승차는 이제 0.5경기다. 그 4위팀 주인도 롯데에서 두산으로 바뀌었다. 당시 LG와 두산의 승차는 두산이 1.5경기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론을 내면 LG도 잘 버티긴 했지만 4강 경쟁팀들이 정말 야구를 못했다는 것이다. LG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달아나라고 여유를 줬지만, 오히려 그들은 달아나기는 커녕 간격을 좁혀주고 있으니 완전 '땡큐'인 상황이다.

상대팀들의 약세도 약세지만, 하늘도 LG를 돕고 있다. 지난달 25일 잠실 롯데전에서 1-9로 뒤지다 4회 노게임 선언이 되고, 다음날 경기서 LG가 곧바로 승리를 거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에 충격의 4연패를 당한 후 NC 다이노스를 곧바로 만나 부담스러웠던 LG. 하지만 14일 절묘하게 잠실에 비가 내렸고, 마음을 가다듬은 후 치른 15일 NC와의 일전에서 3대2로 신승, 연패를 끊어내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16, 1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2연전도 마찬가지. 16일 경기 패배 후 17일 상대 에이스 밴덴헐크를 만나 어려운 경기를 할 뻔 했는데 경기가 3회 도중 노게임이 됐다. 18일 4주 연속 월요일 경기를 할 뻔 했으나 대구에 내린 비 때문에 곧바로 상경, 19일 넥센 히어로즈전을 잘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섭기만 했던 상대 에이스 밴헤켄을 격침시켰다. 밴헤켄은 상대전적에서 앞서있던 LG에 발목이 잡혀 개인 14연승 행진이 마감되고 말았다.

이제는 스스로 치고 올라갈 때


하지만 언제까지 이 운에만 의지하며 야구를 할 수는 없다. 이제 LG 스스로 치고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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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투수력은 다른 4강 경쟁팀을 압도한다. 특히 불펜이 그렇다. 19일 넥센전이 이를 잘 보여준다. 팽팽한 경기, 후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정찬헌 이동현 봉중근의 필승조가 7대5 승리를 이끌었다. 불펜의 힘으로 거둔 전형적인 승리다.

하지만 전력상 곳곳에 문제가 많다. 먼저 타선. 스나이더가 골치다. 스나이더는 넥센전 9회초 6-5에서 7-5로 달아나는 천금의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LG의 최근 경기를 보면 6번 타순에서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 유독 6번에서 찬스가 몰린다. LG는 3번 박용택, 5번 이진영이 워낙 컨택트 능력이 좋고 노련하다. 4번 이병규(7번)는 이제 전 구단 투수들이 두려워하는 상대가 됐다. 상대는 주자기 있을 때, 이진영을 거의 거르다시피 하고 스나이더와 승부를 한다. 변화구만 던지면 헛스윙이기 때문. 또, 찬스에서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도 보인다. 스나이더가 치는 안타, 홈런은 대부분 지고 있거나 승부에 큰 의미가 없을 때 나온다. 넥센전 안타도 손승락의 구위가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기에 나온 안타라고 냉정하게 봐야한다. 이제 시즌이 끝물인데, 언제까지 믿고 있을 수만은 없다. 타순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경철의 체력 조절도 필요하다. 매경기 중요하기 때문에 믿음직한 최경철이 계속해서 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최근 경기 유독 폭투가 많이 나온다. 기록은 폭투지만, 이전 같았으면 최경철이 쉽게 처리할 투구들도 많다. 현장에서는 "포수가 체력적으로 지칠 때 나오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투수도 마찬가지. 일단 불펜은 문제가 없다. 이대로 운용하면 된다. 관건은 선발이다. 류제국이 넥센전 중요한 승리를 거뒀지만 5실점했다. 가을야구 진출 팀이라면 '이 선수가 나가면 무조건 이긴다'라는 인상을 주는 확실한 에이스가 필요하다. 최근 컨디션, 성적 등을 떠나 LG에서 이런 이미지를 풍길 가능성이라도 있는 투수는 류제국 뿐이다. 그가 힘을 내야 한다.

외국인 투수 티포드도 골칫거리다. 걸핏하면 손가락이 찢어진다. 여기에 좋았던 제구도 들쭉날쭉하다. LG는 20일 신예 장진용을 투입한다. 그가 괜찮은 모습을 보인다면 티포드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 양상문 감독은 티포드의 활용 방안에 대해 현재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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