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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타자로서의 자존심이 무언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 이병규가 달라지고 있다. 4번 중책을 맡고난 이후 타격감이 더욱 무서워지고 있다. 실력 뿐 아니다. 자신감도 좋다. 그동안 LG 선수들에게서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인터뷰 내용이 나왔다. 기자의 귀를 의심케 했다.
이병규는 7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4-6으로 뒤지던 7회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자신의 시즌 12호 홈런. 타점 기록을 65로 늘렸다. 이병규의 홈런 덕에 1-6으로 뒤지던 LG는 9대8 대역전에 성공했다. 기적같은 4강 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한 발판을 최근 이병규가 마련하고 있다. LG 타자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장타력에, 찬스에서의 타점 생산 능력도 탁월하다.
여기서 이병규의 가능성을 확실히 봤다. 프로선수는 잘 치고, 잘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활약, 그리고 부진에 대한 생각과 느낌 등을 팬들에게 전할 의무가 있다. 또, 주축 선수가 언론을 통해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은 선수단 내부, 그리고 팬들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장치일 뿐 아니라 상대에 더욱 더 큰 위압감을 줄 수 있는 계기도 된다. 그동안 이 역할을 잘 하지 못했던 이병규가 진짜 4번타자로 거듭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기는 부분이었다.
사실 이병규 입장도 이해는 갔다. 만년 유망주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시즌 초 엄청난 기대를 받고도 타오르지 않던 방망이 때문에, 자주 다치던 몸 때문에 제대로 무언가 보여준 시즌이 없었다. 자신도 힘들고 조급했기 때문에 섣부른 말과 행동을 자제했을 것이다.
2년 전, 리그 최고 타자로 성장하고 있던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은 "선수는 선수가 보면 잘 안다. 국내 좌완타자 중 스윙은 이병규 선배님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정말 닮고 싶은 스윙이다. 정타가 맞는 순간 공에 힘을 전달하는 과정과 스윙폼 자체가 예술"이라고 기자에게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힘, 타격 기술은 이미 뛰어난 수준이었다. 다만, 야구 선수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마인드 컨트롤이 이병규의 가장 큰 숙제였다. 하지만 주위의 믿음 속에 이병규가 4번타자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혀가고 있다. 이제 잘 될 일만 남은 듯 하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