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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의 몰락이 심상치 않다. 이제는 신인시절을 연상케하는 '플래툰 시스템'의 적용을 받는 처지까지 됐다. 대타로 나왔다가 곧바로 교체되는 최악의 수모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추신수는 더 치욕적인 경험을 했다. 한때 팀의 간판 리드오프였던 추신수가 9회에 대타로 나왔다가 공 한 개도 상대하지 못하고 다시 교체된 것이다. 추신수를 선발에서 제외한 것은 몸상태를 배려해서였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9회에 연속 교체는 이제 팀내에서 추신수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 '배려'는 전혀 없었다.
상황은 이랬다. 텍사스가 6-9로 뒤지던 9회초 2사 1, 2루. 홈런 한 방이면 동점이 된다. 텍사스 론 워싱턴 감독은 추신수를 대타로 호출했다. 그런데 토론토 역시 추신수가 나오자 투수를 바꿨다. 아무리 부진한 추신수라도 위험부담을 떠 안을 수는 없던 것. 결국 마운드에 있던 케이시 잰슨을 내리고 좌완투수 애런 쿱을 투입했다.
물론 이런 상황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이 바로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거액을 들여 영입한 거물 FA타자인 추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계약 당시에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특급 선수로 인정받았던 추신수가 이제는 과거 클리블랜드 시절 초기에나 겪었던 '플래툰시스템'의 영향을 받는 선수로 몰락했다는 증거다. 사실 추신수는 올해 우완투수 상대타율(0.231)에 비해 좌완투수 상대타율(0.248)이 오히려 낫다. 두 수치 모두 형편없긴 하지만 미묘하게 좌타자 상대타율이 높다. 그러나 텍사스 벤치는 이 차이를 무의미하게 여겼다. 어차피 2할5푼이 안되기 때문이다. 추신수의 입지는 그만큼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