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의 수모, 이제 '플래툰 플레이어'로 전락했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7-21 11:58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6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리는 2014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원정경기에 1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전했다. 9회초 2사 추신수가 마지막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세인트피터스버그(미국 플로리다주)=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4.04.06/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의 몰락이 심상치 않다. 이제는 신인시절을 연상케하는 '플래툰 시스템'의 적용을 받는 처지까지 됐다. 대타로 나왔다가 곧바로 교체되는 최악의 수모다.

텍사스는 21일(한국시각)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원정경기를 치렀다. 추신수는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최근의 부진이 심각한 것이 이유다. 이 경기 전까지 21타수 연속 무안타를 기록 중이었다. 발목 부상 여파로 지명타자로 밖에 나서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도 생겼다. 게다가 텍사스 역시 계속된 부진으로 메이저리그 꼴찌로 전락했다. 어쨌든 최근의 추신수는 텍사스의 주전 전력이라고는 할 수 없는 상태다.

이날 경기 역시 텍사스의 패배였다. 6대9로 졌다. 이 패배로 텍사스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할대(0.398)의 최저 승률을 기록하게 됐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한 것이 전부 실패로 증명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추신수는 더 치욕적인 경험을 했다. 한때 팀의 간판 리드오프였던 추신수가 9회에 대타로 나왔다가 공 한 개도 상대하지 못하고 다시 교체된 것이다. 추신수를 선발에서 제외한 것은 몸상태를 배려해서였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9회에 연속 교체는 이제 팀내에서 추신수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 '배려'는 전혀 없었다.

상황은 이랬다. 텍사스가 6-9로 뒤지던 9회초 2사 1, 2루. 홈런 한 방이면 동점이 된다. 텍사스 론 워싱턴 감독은 추신수를 대타로 호출했다. 그런데 토론토 역시 추신수가 나오자 투수를 바꿨다. 아무리 부진한 추신수라도 위험부담을 떠 안을 수는 없던 것. 결국 마운드에 있던 케이시 잰슨을 내리고 좌완투수 애런 쿱을 투입했다.

추신수의 수모는 여기서 시작됐다. 텍사스 벤치가 곧바로 다른 대타를 투입한 것이다. 좌타자 추신수에게 좌투수 승부를 시키지 않고, 우타자인 J.P.아렌시비아를 넣었다. 전형적인 '플래툰시스템'에 따른 선수 기용법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이 바로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거액을 들여 영입한 거물 FA타자인 추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계약 당시에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특급 선수로 인정받았던 추신수가 이제는 과거 클리블랜드 시절 초기에나 겪었던 '플래툰시스템'의 영향을 받는 선수로 몰락했다는 증거다. 사실 추신수는 올해 우완투수 상대타율(0.231)에 비해 좌완투수 상대타율(0.248)이 오히려 낫다. 두 수치 모두 형편없긴 하지만 미묘하게 좌타자 상대타율이 높다. 그러나 텍사스 벤치는 이 차이를 무의미하게 여겼다. 어차피 2할5푼이 안되기 때문이다. 추신수의 입지는 그만큼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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