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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구의 최준석은 9년 3개월만에 포수 마스크를 썼다. 투수 송승준과 장원준은 배트를 쥐고 타자로 변신했다. 승리를 위한 롯데 자이언츠의 총력전이 만들어낸 이색 풍경이다.
롯데는 12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 12회까지 혈투를 펼쳤다. 1회 3점을 허용해 끌려가던 롯데는 4회에 3-3으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어 KIA가 6회 1점을 뽑으며 앞서나갔지만, 다시 롯데가 8회에 1점을 뽑아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그러자 포수 자원이 사라졌다. 이미 용덕한은 선발 포수로 나왔다가 교체됐다. 결국 롯데는 포수 출신 최준석을 경기에 투입했다. 포항제철고 시절 주전 포수였던 최준석은 2001년 2차 6번으로 롯데에 입단했다. 포지션은 포수. 그러나 1군 포수 경험은 별로 없었다. 이날 전까지 총 9차례 포수로 나왔다. 가장 최근은 무려 9년 전인 2005년 4월6일 부산 현대 유니콘스전이었다. 이때 롯데 교체 포수로 나간 최준석은 이후에는 내야수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날 모처럼 포수로 나온 최준석은 녹록치 않은 실력을 보이며 연장 12회까지 안방을 지켰다. 특히나 연장 10회말 1사 1루에서 2루 도루를 하던 KIA 김주찬을 정확한 송구로 잡아낸 장면은 압권이었다.
최준석의 포수 출전 못지 않게 롯데는 투수 2명을 대타로 투입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7번 타순에 있던 강민호가 빠지고 지명타자 최준석이 포수를 맡게 되면서 7번 자리에 투수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때문에 9회말 이후 7번 투수 자리에는 2차례 대타가 나왔다. 이걸 각각 송승준과 장원준이 했다.
우선 10회초 1사 1, 3루에서는 송승준이 2013년 8월18일 부산 NC 다이노스전 이후 약 1년만에 타자로 변신했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 이어 장원준도 연장 12회초 2사 1루에서 타석에 나왔다. 장원준이 1군 경기에서 타자로 나온 것은 2004년 4월23일 부산 LG 트윈스전 이후 10년여 만이다. 장원준도 삼진을 당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