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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주환의 타격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2012년 1군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당시 81경기에 나와 2할7푼1리로 가능성을 보여준 그는 지난해 47경기에 출전, 2할9푼7리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 37경기에 나와 3할1푼7리를 기록 중이다. 꾸준히 출전기회가 주어진다면 3할은 충분히 칠 수 있는 타자라는 평가다.
그런데 그의 타격 실력에 비해 출전기회는 많지 않았다. 두산이 주전 뿐만 아니라 백업 야수들의 수준도 최상위급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또 하나.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마음 속의 압박감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뛰고 싶은 욕심이 넘친다. 프로선수라면 당연하다. 그런데 효율적으로 컨트롤하지 못했고, 결국 실전에 악영향을 미쳤다. 최주환은 매번 "왜 못했을까를 생각합니다. 부담감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 혼자 산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했다. 결국 제대로 부담감을 소화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8일 잠실 LG전을 보자. 그는 3회 2사 1, 3루 상황에서 정성훈의 날카로운 강습타구를 넘어지면서 잡았다. 까다로운 바운드였지만, 본능적인 반사신경으로 타구를 걷어냈다. 곧바로 일어나 빨랫줄같은 송구를 1루에 뿌렸다. 타자가 아웃된 것을 확인한 뒤 최주환은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단지 위기상황을 구해낸 하나의 호수비의 의미는 아니었다. 번번이 발목을 잡았던 수비약점을 극복했다는 자신감의 표출에 가까웠다.
그는 이날 두 차례의 핫코너 호수비로 수비에 대한 불안감을 완벽히 해소했다. 그의 호수비는 마치 '최주환도 본격적인 두산의 내야 주전경쟁에 끼어들었다'는 신고식같은 느낌.
타격만 놓고 보면 그는 어떤 선수와 견줘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수비 문제에 대한 해답을 들고 나왔다.
최주환의 도약은 두산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 풍부한 내야진을 자랑하지만, 최근 두산의 타격 사이클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게다가 칸투, 이원석 김재호 등은 잔부상을 안고 경기에 나선다. 컨디션 자체가 100%가 아니다. 따라서 최주환은 두산 내야의 보이지 않는 세부적인 약점을 메울 수 있는 최적의 카드다. 두산의 떨어진 타격 사이클을 살릴 수 있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이날 최주환은 3안타를 몰아쳤다. 최근 부진에 빠진 두산의 팀 타격은 22안타를 폭발시켰다. 투타 밸런스가 크게 흔들린 두산은 5위로 떨어진 상태다. 반등의 전환점이 필요하다. 그 시작점이 최주환이 될 수도 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