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이름을 날린 투수 출신 지도자다. 그는 투수들의 심리상태를 잘 안다. 투수들은 대개 이기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타자들보다 훨씬 자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렇다보니 간혹 투수들은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표출한다. 종종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 투수들이 강판된 후 자신의 글러브를 집어던지는 행위다.
야구는 팀 스포츠다. 또 멘탈 게임이다. 여러 명의 선수들이 개별 사업자 처럼 경기에 임하지만 최종 결과는 팀 승무패로 귀결된다. 또 거의 매일 경기를 하며 장기 레이스를 펼친다. 그래서 흐름과 분위기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선수 한 명이 여과없이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경우 그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선수들이 분을 참지 못하고 하는 이런 행동들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선수들도 사람이고 '욱' 하는 감정을 어떻게 라도 풀어야만 다시 타석에 들어서거나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엔 구단 벤치와 라커룸 사이의 집기들이 자주 망가지곤 했다고 한다.
김시진 감독의 경우는 넥센 히어로즈 사령탑 시절 판정에 항의하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탁자를 발로 걷어찼다가 발톱이 빠진 경험도 했다. 당시 퉁퉁 부어오른 발을 생각하면 다시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지금은 어떻게든 감정을 가라앉히고 넘어가려고 애쓴다고 했다.
LG 마무리 봉중근도 몇 해전 스스로 화풀이를 하다 다친 쓰라린 경험을 했었다. 그후 그는 한층 성숙된 선수로 변모했다.
선수들도 사람이다. 그래서 감정이 있고 그걸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팀을 먼저 생각한다면 참고 그래도 참을 수 없다면 아무도 없는 곳, 특히 방송 카메라를 피해서 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동료들에게 피해를 가는 건 막을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