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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타자, 혼자 빛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홈런 부문 10위권 진입이 멀어보이지만, 영양가만큼 최고로 평가받는다. 지난 20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는 1-2로 뒤지고 있던 8회말 유원상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3점포를 터뜨렸다. 22일 LG전에서는 5-10으로 뒤지고 있던 8회말 솔로홈런을 쏘아올리기도 했다. 지난 6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는 3-2로 앞선 경기 중반 투런홈런과 솔로홈런을 연타석으로 터뜨리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김태균은 시즌 초에도 꾸준히 3할대 타율을 유지했지만, 홈런과 타점은 증가 속도가 더뎠다. 줄곧 4번을 맡았으면서도 이제야 타점 상위권에 올랐으니, 마음고생이 있었을 터. 6월 들어 방망이에 불이 붙었다. 이날까지 6월에 치른 15경기에서 7홈런, 20타점을 올렸다. NC 다이노스 테임즈, KIA 타이거즈 안치홍에 이어 6월 타점 3위다. 김태균은 3~4월 20경기에서 11타점, 5월에는 24경기에서 21타점을 기록했다.
물론 시즌초 한화 타선은 지금처럼 짜임새가 좋지 못했다. 김태균 앞에 찬스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다. 김태균의 올시즌 상황별 타율을 보면 주자가 있을 때는 4할2푼1리(3위), 득점권에서는 4할4푼4리(4위)나 된다. 개막전부터 5월17일까지의 득점권 타율이 4할2푼1리로 시즌 초에도 기회가 적을 뿐, 찬스에서는 강했다.
이에 대해 김태균은 "요즘은 뒤에 피에나 최진행같은 좋은 타자들이 있어 승부하기가 좋다"고 했다. 즉 상대 투수들이 이제는 뒷타자들을 의식, 적극적으로 승부를 걸어오고 있기 때문에 방망이를 휘두를 기회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용규(0.410) 정근우(0.384) 한상훈(0.371) 김경언(0.459) 등 앞타자들도 출루를 많이 하게 됨에 따라 타점을 올릴 기회도 많아졌다. 이것이 타선의 짜임새다.
김태균은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지난 2005년 이후 9년만에 100타점에 도달할 수 있다. 홈런은 일본에서 돌아온 이후 3년만에 처음으로 20개를 넘길 수도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