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타순의 짜임새와 김태균의 영양가 상승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4-06-25 10:21


한화 김태균은 6월 들어서만 7개의 홈런과 20개의 타점을 올리며 4번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화 타선의 짜임새가 한층 좋아졌기 때문이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4번 타자, 혼자 빛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한화 이글스 간판타자 김태균은 24일 대전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9회말 2사 1루서 끝내기 역전 투런홈런을 날리며 승리의 영웅이 됐다. 5-6으로 뒤지고 있어 패색이 짙던 상황, 상대 투수는 요즘 가장 구위가 좋다는 마무리 김승회였다. 김태균은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몸쪽 낮은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드는 142㎞짜리 직구를 걷어올려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김승회의 공은 낮게 제구가 잘 된 직구로 타자들이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코스로 날아들었다. 김태균의 요즘 타격감을 설명해 주는 타격이었다.

김태균은 몸쪽 공을 잘 때리는 타자중 한 명이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몸쪽 공 공략을 위한 스윙 연습을 한다. 자신의 강점을 최근 최고조로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김태균은 이날까지 타율 3할6푼2리, 9홈런, 52타점을 기록했다. 타격 5위, 출루율(0.450) 4위, 타점 공동 8위다.

홈런 부문 10위권 진입이 멀어보이지만, 영양가만큼 최고로 평가받는다. 지난 20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는 1-2로 뒤지고 있던 8회말 유원상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3점포를 터뜨렸다. 22일 LG전에서는 5-10으로 뒤지고 있던 8회말 솔로홈런을 쏘아올리기도 했다. 지난 6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는 3-2로 앞선 경기 중반 투런홈런과 솔로홈런을 연타석으로 터뜨리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김태균은 시즌 초에도 꾸준히 3할대 타율을 유지했지만, 홈런과 타점은 증가 속도가 더뎠다. 줄곧 4번을 맡았으면서도 이제야 타점 상위권에 올랐으니, 마음고생이 있었을 터. 6월 들어 방망이에 불이 붙었다. 이날까지 6월에 치른 15경기에서 7홈런, 20타점을 올렸다. NC 다이노스 테임즈, KIA 타이거즈 안치홍에 이어 6월 타점 3위다. 김태균은 3~4월 20경기에서 11타점, 5월에는 24경기에서 21타점을 기록했다.

4번 타자는 역시 홈런을 쳐야 하고 타점을 올려야 한다. 김태균은 지난달 18일 대전 SK전부터 이날 LG전까지 27경기에서 8개의 홈런과 33타점을 기록했다. 최근 한 달여간 다른 팀 간판타자들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는 활약을 펼친 셈이다. 그 이전부터 페이스가 좋았다면 한화의 성적이 조금은 나아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들 정도다.

물론 시즌초 한화 타선은 지금처럼 짜임새가 좋지 못했다. 김태균 앞에 찬스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다. 김태균의 올시즌 상황별 타율을 보면 주자가 있을 때는 4할2푼1리(3위), 득점권에서는 4할4푼4리(4위)나 된다. 개막전부터 5월17일까지의 득점권 타율이 4할2푼1리로 시즌 초에도 기회가 적을 뿐, 찬스에서는 강했다.

이에 대해 김태균은 "요즘은 뒤에 피에나 최진행같은 좋은 타자들이 있어 승부하기가 좋다"고 했다. 즉 상대 투수들이 이제는 뒷타자들을 의식, 적극적으로 승부를 걸어오고 있기 때문에 방망이를 휘두를 기회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용규(0.410) 정근우(0.384) 한상훈(0.371) 김경언(0.459) 등 앞타자들도 출루를 많이 하게 됨에 따라 타점을 올릴 기회도 많아졌다. 이것이 타선의 짜임새다.

김태균은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지난 2005년 이후 9년만에 100타점에 도달할 수 있다. 홈런은 일본에서 돌아온 이후 3년만에 처음으로 20개를 넘길 수도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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