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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9개 구단의 '캡틴'. 그들의 유니폼에는 '캡틴'의 머릿글자 'C'가 새겨져있다. 큰 명예이자 무거운 책임감을 뜻한다.
그런데 각자 보여주는 리더십은 다 다르다. 그렇다고 누구의 리더십이 더 나은지 평가할 수는 없다. 각자의 캐릭터와 소속팀의 컬러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그 1위팀 삼성 라이온즈의 '캡틴' 최형우(31)는 최근 좀 색다른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홍보하는 캡틴'이다.
이유가 있다. 안지만이 지난 15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에서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는데, 이게 소리소문없이 묻혔기 때문이다. 당시 안지만은 3-1로 앞선 8회초 1사 1, 2루 위기에 등판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시즌 15번째 홀드 달성. 리그 1위다. 삼성의 대표적인 필승계투인 안지만이 홀드를 따내는 건 사실 별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안지만의 활약은 삼성이 1위를 질주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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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역사적인 기록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최형우가 뒤늦게 알고서는 크게 아쉬워한 것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역시 팀의 주장으로서 동료의 활약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 '주장'으로서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개인적으로 최형우는 안지만과 힘겨운 신인시절을 함께 보낸 입단 동기다. 전주고를 졸업한 최형우는 2002년 삼성 2차 6번으로 지명받았는데, 대구상고를 졸업한 안지만이 바로 삼성 2차 5지명자였다. 나란히 팀에 입단해 경산볼파크에서 숙소 생활을 함께 보낸 것이다.
특히 당시 최형우의 포지션은 포수였다. 안지만의 공을 직접 받으면서 미래의 꿈을 함께 키워나간 사이다. 힘겨운 신인 시절에 서로를 믿고 의지했던 배터리.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아는 건 이런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두 선수 모두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위치로 성장했지만, 최형우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절친의 업적이 저평가받는 게 안타까웠던 것이다.
최형우가 강조하지 않더라도 안지만의 기록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선발이나 마무리에 비해 덜 주목받고 있지만, 현대 프로야구에서 필승조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어떤 감독도 이를 부정하지 못한다. 안지만은 그런 필승계투의 간판격인 선수다. 이제 겨우 만 31세에 프로 통산 최다 홀드 기록을 세웠다는 건 앞으로 안지만이 쌓아가는 필승 셋업맨으로서의 경력이 그대로 한국야구의 역사가 된다는 뜻이다. 프로 최초 '통산 200홀드'의 가장 유력한 주인공이다.
최형우는 "지만이가 이제 홀드를 할 때마다 그게 곧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 아닙니까. 불펜 투수들이 고생을 많이 하는데, 이런 건 같은 야구인이자 친구로서 꼭 널리 알리고 싶네요."라고 했다. 개인적인 사연도 있지만, 최형우의 모습은 분명 색다르고 바람직한 '캡틴'의 리더십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