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에이스 양현종, 부진을 한번에 끊어야하는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6-14 11:54


27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4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포수 차일목에게서 볼을 받아들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5.27.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휘청였다. 일시적인 난조일까. 아니면 수 년간 그를 괴롭힌 문제가 재발한 것일까.

양현종은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1⅓이닝 만에 만루홈런을 포함, 7피안타 3볼넷 1삼진으로 7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올해 13차례 선발 등판 중 최악의 결과였다.

이 전까지 양현종은 KIA의 에이스이자 동시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토종 간판투수였다. 유일한 규정이닝 2점대 평균자책점(2.99)이 양현종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지표다. 외국인 투수를 능가하는 제구력과 구위로 마운드를 지배해왔다. 승운이 조금만 따랐더라면 10승을 달성할 가능성이 컸다. 때문에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할 '0순위' 후보였다.

그러나 이날 롯데전에서는 이런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주무기인 패스트볼의 릴리스 포인트가 흔들린 것이 원인이었다. 구속은 평소와 마찬가지였지만, 궤적이 들쭉날쭉했다. 결국 양현종은 변화구를 활용해 간신히 스트라이크를 잡았는데, 패스트볼이 뒷받침되지 않은 변화구는 한계가 분명했다. 롯데 타자들은 금세 양현종의 문제점을 눈치채고, 스트라이크존을 좁힌 채 실투를 기다렸다가 노려쳤다.

양현종의 이같은 부진은 과연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2011~2012년에 양현종을 괴롭혔던 패스트볼 제구력 난조 문제가 재발한 것일까. 혹시 부상이라도 생긴 것은 아닐까.

현재로서는 어느 쪽이라고 결론 내릴 수 없다. 그나마 '부상'은 원인이 아니라는 점은 다행이다. 이날 경기에서 조기 강판된 양현종은 덕아웃에서 동료들을 열심히 응원했다. 속은 들끓었겠지만, 애써 밝은 표정으로 동료들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이런 의연한 자세는 분명 에이스다운 마음 씀씀이다. 더불어 몸은 아프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에이스든 한 시즌에 몇 차례는 최악의 경기를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사이영상'급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양현종의 롯데전 부진에 대해 벌써부터 심각하게 논의하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KIA에서 양현종이 차지하는 비율을 생각하면, 양현종의 부진을 그저 "그럴 수도 있다"고 넘기긴 어렵다. KIA에서 적어도 양현종만큼은 무너져서는 안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현재 KIA는 투수진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했다. 선발에서 양현종과 홀튼이 원투 펀치로 좋은 활약을 펼쳐왔는데, 홀튼도 최근 4연패로 부진하다. 3선발 김진우는 시범경기에서 입은 부상에서 뒤늦게 돌아왔지만, 아직 베스트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4선발 임준섭은 좋아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신뢰감을 만들진 못했다.

무엇보다 5선발에 구멍이 생긴 것이 큰 문제다. 시즌 개막 후 서재응 박경태 한승혁 신창호 등이 5선발을 거쳤는데 누구도 연착륙하지 못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김병현이 5선발로 나서고 있는데, 그 역시 불안하다.

결국 양현종의 어깨에 팀의 운명이 걸려있는 셈이다. 양현종에게는 가혹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게 KIA 에이스의 숙명이자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양현종은 부진을 빨리 끊어내야 한다. 한 번의 실수는 감당할 수 있지만, 부진이 길어지면 본인은 물론 팀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현종의 분전이 절실하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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