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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양상문 감독, 독한 야구 하지 말고 이겨라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6-02 12:40



"끝까지 투지 보였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이 경기에 패하고 흔히 쓰는 말이다. 양 감독은 LG 감독으로 부임 후 '독한 야구'를 강조했다.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상대를 물고 늘어지겠다는 뜻이었다. 의도는 좋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결국 독한 야구는 지는 야구다. 질 때 지더라도 끈질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만, 프로팀은 이겨야 한다. 지고 나서 독한 야구를 했다고 생색만 낸다면 이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다.

독한 야구의 결과물은 무엇?

양 감독이 주장한 독한 야구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경기가 있었다. 지난달 29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이었다. 1-4로 뒤지던 9회 상대 마무리 임창용을 공략하며 1점을 다라갔고, 만루 찬스도 잡았다. 조쉬 벨의 안타성 직선타구가 병살처리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꼴찌 LG가 선두 삼성을 상대로 독하게 물고 늘어졌다고 할 만 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었다. 독? 야구를 했으면, 그 긍정적인 영향이 미쳐야 한다. 다음 경기 그 분위기를 몰아가 선수들이 독기를 품고 뛰고, 승리를 쟁취해야 하는게 맞다. 하지만 달라진 모습 없이 패하고 만다면 그 독한 패배는 그냥 단순한 패배일 뿐이다. LG가 그렇다. 30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5대11로 패했다. 또 8회 3점을 추격하는 독한 야구만 했다. 넥센과의 3연전을 1승2패로 밀렸다. 31일 넥센전 승리 후 8위로 순위가 한 단계 상승한 후 "순위 변동은 의미가 있다"며 좋아한 양 감독이다. 하지만 1일 패배 후 하루 만에 다시 꼴찌가 됐다.

독해지기 전에, 승기를 가져오면 된다. 독한 야구를 하지 말고 이기는 야구를 하면 된다는 뜻이다. 매일 바뀌는 혼란스러운 타선, 감이 떨어진 투수 교체 등으로 경기 초반을 어렵게 만들고, 뒤늦게 추격한 후 만족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찾기 힘들다. 감독부터 진짜로 독해져야 한다. 꼴찌를 탈출했다고 마냥 좋아하다가 다시 꼴찌가 되는 부끄러운 사태가 발생했다.

선수들, 이렇게 독해지면 안되는데...

넥센과의 3연전. 2명의 젊은 투수가 덕아웃에서 글러브를 내던졌다. 29일 임정우가 2회 조기강판된 후 울분을 참지 못하고 글러브를 내동댕이 쳤고, 1일 우규민도 강판 후 화를 참지 못했다. LG 야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LG 덕아웃 분위기가 언제부터 저렇게 됐나. 기강이 센 팀이다. 이런 팀이 아닌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간혹, 덕아웃 분위기를 다잡는 고참급 선수들이나 외국인 선수들이 흥분을 참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임정우는 팀의 막내급 선수다. 우규민도 중고참이지만 아직 30대 초반이다. 이런 선수들이 자신의 불만을 덕아웃에서 공개적으로 표출한다는 자체가 문제다. 코칭스태프가 선수단을 확실하게 휘어잡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나이, 지위를 떠나 공개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옹호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봤을 때 납득이 가는 울분의 표시여야 한다. 두 사람의 행동은 꼴찌 팀 분위기를 봤을 때 확실히 지나쳤다.

진짜 의미의 독한 야구를 해야하는데 선수들이 다른쪽으로 독한 야구를 해버렸다. 양 감독은 부임 후 두 번째 휴식기를 맞이했다. 짧은 시간 안에 두 번의 휴식을 취했다는 것, 앞으로는 이런 시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4일을 소중하게 보내야 할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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