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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에 입단했다. 하지만 최경철이라는 포수의 이름을 아는 팬들은 그동안 많지 않았다. 2군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은 만년 백업 선수였다. 지난해 넥센 히어로즈에서 LG 트윈스로 트레이드 되며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프로 데뷔 12년 만에 주전 포수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최경철에게 야구 인생 최고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최경철은 "솔직히 매일 경기에 나가다보니 몸이 조금 힘든 것은 있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그래서 야구가 조금은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경철은 자신을 '하루살이'라고 표현했다. 언제,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는 만년 백업 요원이었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끝난다는 생각에 조급함 만이 앞섰다. 하지만 팀에서 자신을 믿어준다는 느낌에 새로운 야구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역시 프로선수는 경기에 나설 때가 가장 행복하다.
"하루 2시간씩 공부합니다."
최근에는 조금씩 여유도 생긴다고 했다. 최경철은 "전에는 경기를 풀어가다 막히면 내 숨이 딱 막히는 느낌이었다. 기회를 잃을까봐 걱정이 앞섰다"고 말하며 "지금은 점수를 1~2점 내줘도 '다시 차분하게 풀어가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점수를 줘도 괜찮다'라고 생각을 하며 리드를 해야 조금 더 공격적이고 좋은 경기 운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수는 어려운 자리다. 점수를 먹고, 도루를 허용하면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꼭 포수만의 잘못은 아니다. 예를 들어, 많은 지도자들이 "상대에 도루를 허용하는 것은 타이밍을 내준 투수의 잘못이 더 큰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최경철은 포수라면 당연히 팀을 대표해 욕을 먹어야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최경철은 "그게 포수의 숙명"이라며 "도루를 내주면 투수를 탓할게 아니라, 내가 더 빨리 2루에 송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훈련하는게 맞다"라고 밝혔다.
"타격도 지켜봐주세요."
최경철의 가장 큰 강점은 수비 능력이다. 포구, 블로킹 등 수비는 리그를 통틀어서도 최고 수준이다. 최경철은 "김정민 배터리 코치님께서 '넌 정말 좋은 능력을 가졌다'고 칭찬해주신다. 정말 힘이 난다. 수비에서는 어느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반쪽 선수로 살아남기 힘들다. 아무리 포수라지만, 어느정도 공격도 뒷받침돼야 한다. 사실, 최경철은 올시즌 스프링캠프에서 매서운 타격을 과시했다. 주변에서 "이러다 3할 치는 것 아니냐"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시즌에 들어와서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최경철은 "나는 무조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급했다. 갖다 맞히는데 급급해지니 좋은 타구가 나올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타격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안타도 꾸준히 생산하고 있고, 타석에서 상대 투수를 더욱 끈질지게 물고 늘어뜨린다. 최경철은 "지난 겨울 열심히 한 결과가 조금씩 나오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하며 "확실히 느낌이 좋아지고 있다. 타석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해보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