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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경기 차이는 나야 독주라고 하지 않겠나. 이게 현장에서 뛰는 감독의 마음이다."
하지만 류 감독은 여전히 엄살이다. 사실, 류 감독의 엄살은 시즌 개막 전 큰 화제가 됐다. 3연패를 이끈 감독이 "올해 삼성은 꼴찌 전력"이라고 했다. 다른 팀들이 전력 보강을 한 가운데 삼성은 마무리 오승환과 톱타자 배영섭이 빠졌다. 외국인 타자 나바로는 타 팀 선수들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졌고, 투수 마틴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초반 자리를 비웠다. 이 엄살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오승환, 배영섭이 빠진 타격이 없지는 않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엄살은 엄살일 뿐이었다. 삼성은 우승을 차지한 지난 3년 시즌보다 훨씬 강력하고 탄탄한 팀으로 거듭났다. 주축 선수들이 경험을 쌓으며 한층 여유있는 경기력을 과시하는 가운데 오승환의 빈자리를 임창용이 채웠다. 또, 미운 오리로 전락할 뻔 했던 나바로가 삼성의 구세주가 되는 만화같은 일이 발생했다. 류 감독은 1번-중견수 붙박이로 활약해주기를 기대했던 정형식이 부진하자 나바로를 과감히 1번에 기용하기 시작했다. 정형식-박한이-김상수에 이어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카드로 꺼내든게 나바로였다. 그게 4월 20일 경기부터였다. 거짓말 같이 경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이후 나바로는 1번 타자로 나서고 있고 류 감독은 "나바로 1번 투입이 연승 행진의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한다. 나바로는 LG전에서도 7회 역전 적시타 포함, 2안타를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류 감독은 삼성 독주 체제에 대한 얘기에 관해서는 "2위와 한 15경기 정도 차이는 나야 독주 체제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하며 "아직 시즌의 3분의 1 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독주 체제가 갖춰지면 야구 흥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도 있지만, 현장에서 팀을 이끄는 감독 마음으로는 주변 시선 상관없이 계속해서 이기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강조했다.
류 감독은 최근 상승세의 비결로 마운드의 힘을 꼽았다. 시즌 초반에는 선발 투수들이 일찍 무너져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최근에는 선발들이 5~6회까지 잘 버텨줘 불펜이 정상 가동되며 삼성의 야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양적, 질적 최고 수준의 삼성 마운드다. 다른 팀들이 모두 부러워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이와중에 류 감독은 "아침에 류현진 경기를 봤나. 나는 경기를 보며 '류현진 같은 투수 1명만 더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껄껄 웃었다. 류현진은 7회까지 퍼펙트를 기록하는 완벽한 투구로 시즌 5승째를 따냈다. 프로야구 감독 입장에서는 전력 강화를 위한 욕심은 정말 끝이 없다는게 정답인 듯 하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